버로우 마켓
2일차 아침이 밝았다. 숙소 바로 앞에 있는 버로우 마켓에 갔다. 런던에서 질 좋은 물건을 싸게 파는 큰 시장이라고 한다. 진짜 영국 물가는 너무 비싸다. 깊숙이 들어가면 국제시장처럼 여러 국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4가지 메뉴를 담은 인도 음식을 먹었다. 인도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나고 밥이 푸석푸석했다. 한번쯤 먹어볼만한 맛이다.
사우스워크 대성당
버로우마켓 근처에 사우스워크 대성당이 있다. 여기까지도 아직은 숙소에서 10분 거리다. 한국에서도 한 번도 성당에 안 가봤는데 영국에서 첫 성당에 갔다. 밖에서 볼 때보다 내부 규모가 컸다. 그저 건물이 큰 게 아니라 분위기가 웅장한 느낌이다. 건물이 통으로 한 층이라 천장이 높았고, 특유의 종교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실제로 토요일마다 사용되고 있다고 하여 구석구석에 성경과 각종 예배 물품이 있었다.
대화재 기념탑
강북으로 올라가 대화재 기념탑에 갔다. 1666년 시티 오브 런던에서 일어난 화재를 기리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런던 곳곳에서 기념비와 위인의 동상,박물관을 발견할 수 있는데 영국인들은 기억, 기념, 기록에 진심인 것 같다. 탑에 오를 수 있다고 했는데 딱 오늘이 쉬는 날이라 못 올라갔다. 이곳에는 ’시티 오브 런던‘이라는 고층 오피스 밀집 지역이 있다. 멀리서 볼 때는 경관이 멋졌는데 가까이서 보니 용산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오피스용 회사 건물이었다.
세인트폴 대성당
세인트는 성인, 폴은 바울이란 뜻이었다. 즉, 여긴 성 바울 성당. 런던패스를 통해 입장하고, 무료 오디오 가이드를 들었다. 1666년 대화재로 원래 건물이 소실되고 크리스토퍼 렌(런던에서 유명한 건물들은 대부분 이 사람이 지었다. 영국 건축에 한 획은 그은 사람인 듯)이 다시 지었다고 한다. 천장에 거대한 돔이 인상적이다. 바울의 7가지 장면이 그려져 있었다. 맨 꼭대기 전망대에 갈 수 있었는데 오르는 길이 엄청 좁았다. 안정장치가 없어서 무서웠는데 런던의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와서 좋았다. 런던에는 곳곳에 전망대가 많은 것 같다.
테이트 모던
밀레니엄교를 지나 강남으로 내려왔다. 2000년에 지어진 밀레니엄교는 보행자만 지나갈 수 있는 작은 다리다. 뼈다귀 같은 디자인인데 멀리서 보면 현대미술 느낌이 난다. 바로 앞에 테이트 모던이라는 현대 미술관이 있다. 최대한 현대미술을 느껴보려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기억에 남는 작품은 2개 정도다. 하나는 남자의 신체에 여성스러운 제스쳐를 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나도 설명을 보기 전까지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렸는데 젠더 관념이 사회적인 겉모습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걸 비판적으로 표현한 것 같다. 다른 하나는 거대한 철근 기둥에 큰 보석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그 옆에는 광산처럼 석탄이 쌓여있는 작품이었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환경파괴와 과도한 광물 소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 같다. 물론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영어 독해를 잘 했으면 좋았을 것을.
2일 차 소감
● 영어 공포증이 생겼다. 그동안 잘 못해도 간단한 대화를 할 정도의 영어를 즐겼는데 막상 중요한 순간에 막히니 막막했다.
● 여행에서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중요하다. 런던의 관광지는 예약해야 하는 곳이 많은데 그냥 몸만 가져가면 낭패를 본다.
● ‘예상치 못한 만남’ 또한 여행의 매력이다. 지하철을 타다가 버스킹에 참여하고, 공원을 걷다가 같이 축구를 했다. 유명 관광지를 다닌 것보다 예상치 못한 모험이 기억에 남는다. 계획되지 않은 만남은 마치 깜짝 선물 같다.
● 현지의 영국인보다 관광을 온 외국인이 더 친절한 것 같다. 그들도 관광객이라 사람들과 프리토크를 이어가고 싶어 한다. 길을 물어보면 단답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소개부터 시작해서 이어간다. 물론 친절한 영국인도 많다.
● 영국은 해가 길다. 9시쯤 되면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덕분에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밤 늦게까지 놀 수 있다.
● 헬스장에서 서로 알려주고 대화하는 문화가 익숙한 듯 하다. 한국 헬스장에 비해 다들 근육이 엄청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