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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6일): 에프터눈 티와 뮤지컬의 낭만

by 교육혁신가 이현우


애프터눈 티

영국의 유명한 간식인 에프터눈 티를 먹었다. 차와 샌드위치, 빵, 디저트를 올린 3단 간식이 나온다. 가격은 지금껏 주문한 영국 음식 중 가장 비싸다. 맛있고 양도 많치만 느끼하다. 홍차도 느끼해서 탄산이 절실히 필요하다. 가장 맛있던 건 1층에 카레향 빵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만 다시 먹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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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제라블

레미제라블은 4번째 만남이다. 초5 때 독후감 책으로, 고3 국어 시간에 영화로, 20살에 다시 영화로, 21살에 뮤지컬로 접했다. 매번 다른 감동이 찾아온다. 내용은 익숙했지만 영어로 된 뮤지컬은 처음이었다. 역시나 들리는 영어는 많이 없었다. 그나마 익숙한 내용이라 겨우 알아들었다. 뮤지컬 내용과 한국과 같았다. 다만 극장이 레미제라블 전용관이라서 스케일이 더 웅장하고 화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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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버스 정류장

이제 영국을 떠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빅벤 앞에서 사진을 찍고 빅토리아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2시간 정도 기다리면서 사진과 글을 정리했다. 그런데 버스가 연착되었다. 함께 기다리던 사람들이 모두 당황ㅤㅎㅒㅆ다. 30대 일본인 분이 나를 많이 도와주셔서 서로 의지하게 되었다. 영국에 있으니 동양인끼리 서로 챙기는 뭔가가 있다. ’달링‘이라고 부르는 느끼한 남자 분도 인상에 남는다. 내가 그에게 보조베터리를 빌려줬는데 고맙다면서 스타벅스에서 커피와 와플을 사 줬다. 붙임성이 좋아서 대화도 이어갔다. 모델로 활동하는 미국인이고, 한국에 삼성 엔지니어로 일하는 동생이 있고, 하버드를 나왔는데 한국 사람은 하버드를 너무 좋아한다고 한다. 이 밖에도 내가 핫스팟을 빌려준 할아버지, 같이 환불을 시도한 누나 등. 이 순간만큼은 국적을 초월하여 든든한 동지가 되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일은 참 즐겁다



6일 차 소감

● 위기는 인류를 뭉치게 만든다. 버스가 무려 3시간 넘게 연착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우리는 인종, 국가, 언어를 뛰어 넘어 ‘승객’이라는 정체성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서로 짐을 지켜주고, 버스가 오는지 알려주고, 보조베터리와 핫스팟을 기꺼이 공유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3시간 동안 어느덧 타인에서 ‘우리’가 되었다.

●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는 마음이 가벼워야 한다. 할 일이 남아 있는 여행은 편치 않다. 귀국하면 은하수 책 편집, 충치치료와 사랑니 발치, 군대가 기다리고 있다. 마음이 무겁다.

● 영어 욕심이 생겼다. 나 생각보다 영어를 잘 하는 것 같다. 듣기는 꽝이지만, 말하기는 꽤 한다. 물론 표현이 단순한 생존 영어지만 전하고 싶은 말은 전할 수 있다. 영어의 재미를 알 것 같다. 모든 언어는 그것을 사용하는 맥락과 상황이 있다. 바디랭귀지와 표정이 소통에 참 유용하다.

● 짐을 무겁게 쌀 필요가 없다. 산골짜기나 시골이 아닌 이상 삶을 위한 물품이 넘쳐난다. 특히 런던과 같은 주요 관광지는 서울보다 살 물건이 풍성하다.

● 여행한다는 건 무엇인가? 그저 ‘그곳‘에 방문하면 여행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지 방문과 관찰을 넘어서 여행이 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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