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주리 미술관
드디어 오랑주리 미술관에 갔다. 8점의 수련 작품을 전시해 둔 2개의 큰 공간이 있다. 여러 수련을 보는데 진짜 풍경을 볼 때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동안 멍하니 수련을 감상했다. 그림을 그리면서 감상하는 한국인 분이 있어서 어떻게 감상을 하는 건지 물어봤다. 지하에도 다른 작품이 많아서 살짝 감상했다. 작품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게 감상하는 방법인 것 같다.
로댕 미술관
‘생각하는 사람’으로 유명한 로댕 박물관에 갔다. 생각하는 사람의 포즈를 따라하며 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갔다. 전시된 작품은 대부분 조소였다. 사실 조소에 관해서 아는 배경지식이 많이 없었다. 아는만큼 보이는데 이는 게 별로 없었다. 다만 웅장하거나 역동적인 건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대부분 인체에 대한 표현이었다. 얼마나 더 섬세하고 역동적으로 표현하는지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듯 하다. 로댕의 그림도 봤다.
앵발리드
파리의 스카이라인 중 보이는 금색 돔이 바로 앵발리드다. 군사시설로 운영되었다가 지금은 국가 유공자들의 무덤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유명한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기대되었다. 루브르에 가기 전 경유지 겸 들렸다. 원형으로 된 내부는 성당 같은 분위기다. 가운데 거대한 나폴레옹의 무덤을 중심으로 무덤과 설명이 적혀 있다.
루브르 박물관
자전거를 타고 비 사이를 뚫으며 달렸다. 루브르는 넓어도 너무 넓다. 사람도 많아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다행히 미리 예약해서 5분만에 들어갔다. 신기하게도 오디오 가이드가 닌텐도다. 게임을 하듯 음성과 비디어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미술 작품도 많지만 과거 루브르가 왕궁으로 사용되었던 터라 왕실 유품 관련해 볼거리도 많다. 모나리자는 사람이 많고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어서 멀찍이 실루엣만 확인했다.
바토 파리지앵
계획했던 아쿠아리움은 마감되어서 에펠탑을 보며 보트 위에서 식사했다. 파리 여행의 마지막으로 바토 파리지앵이라는 센 강 크르주를 신청했다. 음악을 들으며 그동안 지나왔던 파리의 명소를 다시 둘러봤다. 파리 명소는 대부분 센강 근처에 있어서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중국인 가족을 봤다. 유치원생 여자아이, 중학생 남자아이, 아버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신나하는 아이들 뒤로 아버지가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눈물이 흘렀다. 가족 생각이 났다. 날 여기까지 키워주신 부모님의 등이 보였다. 파리에 와서 흘린 두 번째 눈물이다.
FLIX 버스
이제 버스를 타러 가야 하는데 지하철 막차를 놓쳤다. 10시에 막차가 끊키다니.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타이어에 펑크가 났고, 정류장 근처에 도착했는데 자전거의 전기가 다 떨어지고 난리였다. 처음 왔던 그 버스 정류장으로 가야 하는데 길이 복잡해서 한참을 해맸다. 자전거에서 내려서 앞만 보고 뛰었다. 진짜 생존을 위한 달리기였다. 뛰다가 가방이 열려서 옷이 떨어졌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는데 다행히 버스가 있었다. 10분 후 짐을 싣기 시작해서 30분쯤 뒤에 출발했다. 아직도 이때만 생각하면 오싹하다.
4일 차 소감
● 인상주의 작품은 멀리서 풍경을 보듯 바라보아야 한다. 보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느낀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 가까이서 보면 잼 문을 빵을 떨어뜨린 얼룩 같은데 멀리서보면 자연풍경에서 뿜어져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색이 풍기는 냄새가 있다.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이 특히 그렇다.
● 그림의 가치는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당시 배경 스토리를 듣고 나면 보이는 게 다르다. 모네의 수련도 사람들이 모네의 스토리를 알고 나서 그 가치가 올라갔다고 한다.
● 인상파와 입체파, 특히 피카소의 그림은 아이가 그린 것 같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이 가장 본질적이기ㅤ때문인가.
● 미술관과 박물관을 많이 돌아다니다 보면 그 둘의 경계가 모호함을 느낀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치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봄’과 ‘씀’에 있다. 미술품이라 일컫는 것은 대체로 보기 위해 만들어진다. 반면 박물관에 전시되는 물품은 한 때 사람들이 쓰던 것이다.
● 내가 작품을 감상할 자격이 있는가. 아무것도 모른 채. 무지함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