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이유로 겪게 될 불편함을 마주한 순간

by 드림풀러

매년 9월부터 10월까지는 내년도 입학준비로 유치원들은 분주하다.

11월에 시행되는 "처음학교로" 때문에 그 전에 입학설명회를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관심있는 유치원이 있다면 9월 초~중순쯤 입학설명회 문의를 전화로 하는게 가장 정확하다. 미리 연락을 하면 연락처를 메모해두었다가 입학설명회 정보를 남겨줘서 놓칠 일이 줄어든다.)


5살부터는 유치원을 다닐 수 있기 때문에 삔뽀가 5살이 되었을 때 유치원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개인적인 이유로 사립유치원을 보내겠다고 마음 먹었던터라 사립유치원만을 놓고 후보지를 선정했다.

예상보다 보낼만한 사립유치원의 수가 훨씬 적었다.

2019년도 처음학교로 도입과정에서 사립유치원이 타격받아 그런지 폐원 수가 많았다.

(물밑작업으로 비리유치원이라는 사건을 터뜨려서 사립유치원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교사들의 처우개선을 볼모로 처음학교로를 빠르게 도입해나갔던게 기억났다.)


그로 인해 사립유치원이 없어지기 시작하면서 저조한 출산율과 공립유치원의 증가 등의 이유가 겹쳐져 이래저래 많이 사라졌다.


내가 일했을 때보다 최소 4~5군데는 없어졌다.

유치원 후보지를 고르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넘어가 이웃동네까지 기웃거리기 시작하는 나를 보며 "지식의 저주"라며 남편은 우스갯소리를 했다.

겨우 겨우 골라서 5군데의 입학설명회에 참여했다.

그 입학설명회에서 교육의 현실을 마주하게 되면서 마음이 참담했다.


[교육이 이래도 되는거야?

너무 달라진 유치원 현실을 마주하다]


설명회에서 소개받은 프로그램 대부분은 교육이라 보기 어려웠다.

교육이라기 보다는 부모들에게 보여주기식이 많았고 사립유치원 간에 특성화 종류와 갯수의 차이만 보였다.

현실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

사립유치원은 부모들의 선택을 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부모들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어느 정도 반영해야한다.

사립유치원은 공립과는 다르게 변화에 민감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기대했던 장점은 그런게 아니었다.


일단 내가 아이를 보내고 싶은 유치원은 진정한 유아교육을 실천하는 곳, 정말 아이를 위한 교육을 하는 곳을 원했다.


내가 사립유치원에 기대했던 장점은 "사립유치원만 가질 수 있는 특색있는 교육철학"이었다.

공립유치원은 정기적인 교사 및 원장의 발령으로 그 유치원만의 특색을 뚝심있게 밀고나가는데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사립유치원은 한 원장이 오랜시간을 운영하기 때문에 교사는 바뀔지언정 유치원만의 특색은 이어진다는게 내가 느끼는 큰 장점이었고, 이 장점을 살리는 곳을 원했다.


내가 직접 다녀본 곳들 중 3군데는 가자마자 어떤 특색활동들을 하고, 특성화는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나 3군데 중에 1군데는 내가 학원설명회를 왔나 싶을 정도로 교육이 아닌 상업적 마인드를 가진 분이 운영하는 곳도 있었다.


그나마 마음에 들었던 2군데 중에 1군데는 교육적인 마인드는 마음에 들었으나, 시설을 둘러보니 원장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치원 현재 모습에 실망과 안타까운 마음이 크게 들었다.

교육의 미래가 걱정되기도 했다.

다른 한편으로 내가 만약 원을 운영했다면 이런 현실에서 내 교육철학을 뚝심있게 밀고나가며 잘 운영할 수 있었을까 고민해보기도 했다.


암울한 유아교육의 현장을 뒤로 하고 그 보다 내가 참담하게 느꼇던 교육 현실을 마주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5군데 중 1곳의 유치원 입학설명회를 갔던 날 원장님의 입학 설명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 가서 3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태블릿을 받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유아때는 아날로그적 교육이 중요하니...(주절주절)"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놀라서 재차 물었다.

"학교에서 태블릿을 나눠준다고요?"

그 이후로 원장님의 설명은 잘 들리지 않았다.

아마 아날로그적 교육을 해야 한다면서 VR교육을 하고 있다 하니 앞뒤말이 안맞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그랬겠지만, "학교에서 태블릿을 아이들 손에 쥐어준다"라는 말에 허무함을 느껴서였던 것 같다.

고등학교 선생님인 제부를 통해 학교에서 고등학생들에게 태블릿을 나눠준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초등학생한테도 태블릿을 쥐어준다니...


순식간에 혼란스러움과 여태껏 해왔던 고생이 허무함으로 다가왔다.


"그럼 나는 여태껏 무엇을 위해 악착같이 폰을 쥐어주지 않았던것인가.."

"이렇게 노력해도 결국 태블릿을 쥐어주게 되는구나..."

"내 아이에게 미디어 노출시기와 방법에 대한 주도권을 부모인 내가 가질 수 없다니..."

"학교에서 교육 외 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아도 다 뚫고 한다는데.."


여러 가지 생각에 휩쓸렸고, 남편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다.


[내가 원하는 교육이란 울타리는 이런 곳이었다]


나와 내 남편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 학교를 보내려는게 결코 아니다.

지식은 훨씬 효율으로 즐겁게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 널려있고, 학교에서 제시한 모든 과목을 다 잘해야 한는 것도 말이 되지 않으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지금의 학교에서는 개별화, 특색화를 살려야 하는 미래의 교육방향과 맞지 않는 교육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교육청에서 아이들마다의 개별성을 중요시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교육을 행하는 교사들이 바뀌지 않는 한 아무 의미 없는 외침이라고 생각하는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난 개인적으로 내가 비관적인게 아니라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교사 1명당 아이 1~2명이면 몰라도 교사 1명당 5명만 넘어가도 단체생활이기 때문에 개별적 서포트를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그리고 개별성에 맞춘 교육을 받아보지 못한 교사가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자신이 받은 교육을 답습하기 쉽지, 새롭고 혁신적인 교육을 이끌어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교사의 역량을 뛰어넘는 교과서가 없다"고 이야기할까.


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바라는 건 딱 하나!

인간관계를 배우고 연습하는 곳이었으면 했다.

친구들과의 소통하고, 친구들과 놀이하며 추억을 쌓고,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며 인간관계에 필요한 연습을 해나가는 거였다.

내가 바라는 인간을 배우고 연습하는 현장이 되기에는 현재의 학교는 여러가지 어려움들이 있다고 본다.


[본격적으로 학교의 문제점들이 떠오르기 시작하다]


제일 먼저, 학교에는 친구가 없고 경쟁자들만 있다.

내가 학교 다닐 때 제일 많이 느꼈던 딜레마는 친구를 "친구인 동시에 경쟁자"로 봐야 한다는 현실이었다.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서 같이 살아남는 동지가 아니라 내가 저 사람을 도왔다가는 내가 도태되고 말거라는 두려움이 마음 속 깊은 곳에 존재했다.

이성적으로는 친구를 도와야함을 알기에 필기노트를 빌려주지만 마음 한켠에는 손해보는 듯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열심히 필기한 걸로 나보다 더 공부를 잘하면 어쩌지..라는 못된 마음도 들었다.

못된 마음을 깨닫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나는 나쁜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었다.

이후에 어른이 되고나서 "요즘 애들은 친구가 필기한 노트를 찢었다더라.", "친구가 일부러 공부 못하게 방해한다더라." 등등의 씁쓸한 이야기를 전해듣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사회에서 요구하는 협력하는 인재에 부합하는 교육을 하는 곳이 학교가 맞는지 의심을 갖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한 또 다른 문제점은 건강한 소통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폰을 선물받게 된다.

학교 쉬는시간에 나가서 뛰어놀기 보다는 서로의 폰을 보며 자기가 봤던 재미있는 영상을 공유하기 바쁘다고 한다.

폰으로 인해 학교 생활이 집까지 이어져 아이의 휴식을 방해한다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 사춘기 시기에 폰을 통해 지속적인 평가를 받는게 상당한 스트레스임을 알고 있기에, 집에서는 학교 생활과 단절을 원했다.

학교와 가정의 단절을 시키지 못하는 제일 큰 이유가 폰이었다.

직장의 일이 퇴근 후에 단절되지 못하고 집에서까지 계속 시달린다고 생각하면 어른인 나도 아찔하다.


세 번째로 생각하는 문제점은 "성적"이라는 한 가지 기준으로만 아이를 평가한다는 점이다.

특히 주요과목만을 기준으로 아이를 평가한다.

그마저도 누가 더 암기를 잘하는지 암기평가 밖에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이 둘을 키워본 부모는 다 공감하겠지만, 같은 배에서 태어났어도 두 아이 모두 취향, 기질, 성향, 성격이 모두 다르다.

모든 것이 다른 아이들을 똑같은 잣대 하나만으로 평가하고 나눈다는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이에게 세상에서 유일무이하다고 말해주는 가정환경과 학교의 교육환경에 격차가 너무 크다고 느낀다.


네 번째로 생각하는 문제점은 "몸과 머리"를 자극하는 비율의 차이가 심하게 난다는 점이다.

아이는 성장기에 있기 때문에 뇌를 자극해줘야하는데, 뇌를 자극해주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는 것보다 좋은건 없다.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 집중력이 높아지고 체력이 강해지는만큼 몰입할 수 있는 에네지도 쌓인다.

몸을 쓰는 비율과 앉아서 하는 공부의 비율이 비슷해야 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주입식 교육이라는 점이다.

교육 분야에서 제일 효율성이 떨어지는 방법이 주입식 교육이다.

효율만 떨어질 뿐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전달하고 다른사람과 협상하고 의견차이를 조율해야하는 미래 능력을 기르는데 부적합한 방법이라 생각해왔다.

아직까지도 학교는 주입식 교육방법을 훨씬 많이 사용하고 있다.


원치 않는 미디어 노출에서 시작된 불만이 내 안에 있었던 학교의 단점들을 마주하게 만들었다.

불평만 할 수는 없었다. 선택을 해야 했다.

단점들이 보이지만 눈과 귀를 닫고 일반학교에 보내며 현실에 순응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인지.


다른 길이란게 존재는 하는걸까?

이 당시에 나는 다른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나도 다른 길을 가본적이 없으니까 다른 길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태블릿이 주어진다고 하니, 일단 초등학교 가기 전에 미디어를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폰이나 미디어 기기를 쥐어주기 전에 지켜야 할 약속이나 팁들을 찾아보자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나는 미디어교육과 관련된 육아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전 03화우리 가족 하루 루틴 변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