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말을 할 수 없어서
글을 써서 답변을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그때, 사용하다가 세워둔 파일철에서
끼워진 하얀 A4 종이에서
가족사진이 희미하게 느껴진다.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한 장이 아닌 여러 장이
흑백 슬라이드처럼 반복적으로 돌아간다.
예전에 한참 유행했던 매직아이가 이런 것이 아닌가 한다.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가족사진이라 생각하니,
여기를 나갈 때 꼭 챙겨가야겠다고
굳게 다짐 또 다짐했었다.
일반 병실로 가는 날 막상 챙기고 보니...
처음 깨어나고 글자도 제대로 못쓰던 그때...
흐르듯이 그어지고 지지 지지고 그어진 줄 두어 개가 전부였다.
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던 그때 그어진 것이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곧 의문이 풀렸었는데,
짐을 챙겨주던 간호사가 내민 사진 묶음 덕분이었다.
나는 본 기억이 없었지만, 간호사들이 보여주었나 보다.
슬라이드로 본 장면들이 모두 사진에 담겨 있었다.
무의식 중에 본 사진들이 깊이 각인되어
하얀 종이 위에 투영되었던 것이 아닐까?
아직도 미스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