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의 반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했던 건 너야
기억나?
어느 가을날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했던 거?
첫눈 오는 날,
남자와 여자가 만나
가로등 불빛 아래 쌓인 눈길을
손잡고 걸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했지
나와 손을 잡고 그 길을 걷고 싶다고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을 하던 네 모습이
똑똑히 기억이 나
그렇게 말했던 네가
첫눈 오는 날
약속장소에 나타나지 않았어
그 말을 믿었냐며 낄낄낄 거리면서 웃던
아마 눈물까지 흘리면서 좋아라 웃고 있었을
네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렸지
너는 나 말고 다른 남자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고 했어
무려 11명에게
첫눈 오는 날,
추워서 몸을 웅크리고는
이제나저제나 나타날 너를 기다리며
바람을 맞는 줄도 모르고 어딘가에서
설렘을 가지고 기다렸을
불쌍하고 처량한 남자들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아무리 네가 예뻐도 그러는 거 아니야
예쁘게 생기면 다야?
마음은 못 생겼으면서
너에게 이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끝낼까 해
나 그날 안 나갔다
첫눈 오는 날,
내가 왜 너랑 손을 잡고 걷니?
이번에는 내가 낄낄낄 거리며 웃을 차례인가?
2024. 11.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