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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옷 Feb 13. 2022

같은 팀이라고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은 한 달에 한 번 COO님과 만나 사업 진행방향에 대해 편하게 논의를 한다.


이번 주 월요일이 그 한 달에 한 번인 날이었는데, 우리는 그간 사업 아이템이 너무 자주 바뀌었고, 이제야 막 아이템을 정한 상황이라 더 이상의 조언으로 무엇인가 바뀌지 않기를 바라는 조금 지친 마음으로 본사에 갔다.


긴 연휴 후 첫 미팅이 부사장님 미팅이라니.

어떻게 사업을 설명드려야 할까 어떻게 조언을 해주실까.

이래저래 걱정을 하며 갔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COO님은 바뀐 아이템에 대해 아무런 코멘트도 해주지 않으셨다.


대신, 그동안의 근황과 사업을 논의할 때의 우리가 어떻게 접근하는지 들으시곤 새로운 접근 방법과 여러 인생 조언을 주셨다.


그중 가장 인상 깊어서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조언은 '팀원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면 안 된다.'이다.




난 이제껏 어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가는 '팀'은 항상 같은 곳을 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 팀은 서로 생각하는 것이 완전히 달라서 의견 충돌이 너무 많았다. 의견을 모으는 과정에서 엄청난 논쟁이 오가고, 이 논쟁을 하고 나면 시간과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심지어 같은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최종적으로 다시 얘기해보면 또 의견이 달라서, '와 드디어 생각이 일치한다!' 싶은 순간조차도 알고 보면 생각이 달랐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대해 이야기드렸더니, COO님께서는 오히려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순간'이 신사업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이라고 했다.


그 이유는 첫 번째로 아직 시작해보지 않은 사업이고, 사람마다 의견이 달라야 정상인데,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 자체가 모순이고, 두 번째로는 설령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되면 놓치는 부분이 많이 생기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껏 한 팀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는 이 말씀이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는 우리 팀 자체가 하나의 사업이기 때문에 적절한 논쟁과 다양한 시각을 통해 우리를 객관화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순간들이 필요한 것 같았다.


아니 그런데 꼭 우리 팀이 하나의 사업이기 때문에 모두가 달라야 하는가?


또 생각해보니 그것도 아니다.


사람이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는 이유는 내가 그 사람을 예측할 수 없고, 그 사람으로부터 새로운 시각과 방법을 얻고 내가 더 발전하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있으면 시야가 더욱 좁아지고  의견이 무조건 맞다는 편향된 시각을 가지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와 다른 사람에게 끌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렇게 나의 우물에서 벗어나 영역과 시각을 넓히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매번 의견이 달라 토론하는 우리가 뿌듯하게 느껴졌다.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 늘 토론하고 같은 목표를 세워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아닌가.


이제껏 우리는 왜 이렇게 의견이 다를까. 무엇이 문제일까.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관점을 조금만 바꿨더니 이렇게 멋있는 팀으로 느껴지다니!


그래서 그냥 이대로 같은 곳을 바라보지 않기로 했다.


전체적인 목표는 함께 가져가되, 그 목표와 방향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서로 다 다른 곳을 보는 것이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려서 더디고 느리겠지만,

 모든 과정에서   다른 시각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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