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용미
호밀밭의 파수꾼 리뷰는 한 단어로 형언할 수 있다.
‘용두용미’, 시작과 끝이 완벽하다.
주인공 홀튼은 경박하고도 저속한 사회와 인간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나오는 인물모두가 홀튼에게 우울만을 가져다 준다.
홀튼이 퇴학을 당해 옛 선생님을 찾아가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인물들과의 에피소드와 묘사가 꽤나 재밌다. 샐린저 특유의 글맛(?)이 느껴진다. 누군가는 재즈 음율이 느껴진다고 한다.
이 책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구매한 고전 소설이지만 음주, 매춘 등 청소년 권장 도서로는 주저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나는 성장통을 앓는 시기에 읽기 더 좋은 책이라 생각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비판적 시각, 어른들의 질서에 편입되길 거부하는 주인공의 뚝심 등 진정한 어른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것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
무엇보다도 마지막 문단이 가장 좋은데,
이 작품 전체의 기저에는 휴머니즘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 홀튼도 결국은 외로움에 사무쳐 사람 정과 인류애가 담긴 사회를 그리워 했다는 거..!
나도 나이가 먹나보다.
사람에게 외로움은 자연히 수반되는 감정임을 이해하게 된다. 또, 이렇게 외로움을 인정하고 관통하는 책이 크게 와닿는걸 보면..
용두용미 두 문단.
p15.
나는 스펜서 선생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너무 많이 생각하다보니 도대체 선생은 왜 아직까지 살고 있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허리가 굽을 대로 굽어서 서 있는 자세를 보면 한심해 보였다.
p.313
나는 그런 일에 대해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한 것을 후회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내가 여기에 등장시킨 사람들이 지금 내 곁에 없기 때문에 보고 싶다는 것뿐이다. 예컨대 스트라드레이터와 애클리마저 그립다. 그놈의 모리스 녀석도 그립다. 우스운 이야기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말을 하면 모든 인간이 그리워지기시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