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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 황 Feb 12. 2023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앎과 무지사이에서

뭐, 그렇게 거창할 것도 없는 독서 즉 책을 읽는다는 것(요즘은 듣거나 영상을 통해 보는 행위도 포함해야 한다고 믿는다)은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상당히 피곤할 수 밖에 없는 본능에서 벗어난 문화적 행동임에 분명하다. 특히나 중년의 남성에게 뭔가를 읽는다는 것은 특별한 동기를 부여하거나 한없이 한가로움속에서의 일탈처럼 잠시 눈길을 돌리거나 빠져들 순 있어도 조선시대 선비마냥 몸에 배어서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든 관성의 법칙이지 않은 요즘의 나에게 조용히 다독여본다.


‘뭐 혼자 특별히 더 할거 있어? 저녁만 되면 유튜브아님 초저녁 잠에 빠져 밤을 뒤척일 뿐이지’


그렇다, 예전에 할매가 왜 그렇게 전원일기(그 당시는 저녁 7시였었나? 기억이 가물가물)만 틀어놓으면 코를 고셨는지 이제야 초저녁에 뭔가 무료하게 보내면 잠이 오는지를 알게 되어가는 지금이고 나 또한 그렇게 무료한 저녁의 일상에서 벗어나고자 독서를 선택했지만 몸에 체득되지 못한 고상한 취미가 언제까지 갈지 지켜볼 일이다.


“취미가 뭐예요?”

소개팅자리에서나 낯선 사람들과의 어색한 호구조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취미 묻기, 좋아하는 영화 묻기등이라면 독서와 영화보기는 빠지지 않던 단골멘트였었고 지금은 더이상 취미를 묻거나 낯선 사람들과 만날일 자체가 거의 없는 50대 중년 아저씨의 취미는 뭘까? 새로움에 대한 도전과 용기가 없어지면 늙는거라는데에 동의한다. 그렇다고 매번 새롭고 신기한 것만 찾는다고 젊거나 희망적이지도 않다는 것도 살아보니 알겠더라, 뭔가 생산적이거나 윤리적 규범적범위에서의 취미거리를 롭게 찾아서 나의 몸에 체득시킨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반발심인지 호승심인진 몰라도 몇 가지 목표를 결심하고 발버둥치며 초저녁 깜빡잠에서 벗어나려 노력중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지하다는 것을 숨기기 위함이기도 하고 뭐가 무지한지를 찾기 위한 최소한의 발버둥쯤이라고 치자. 그래도 요즘은 밀리의 서재를 펼치는 순간 수많은 책장이 나에게 펼쳐져 있으니 굳이야 도서관을 가야하거나(밀리의 서재에도 없는 책이 물론 많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 전문가처럼 보이게 서재의 한면을 읽지도 않는 책으로 빼곡히 채워놔야하는 번거러움 없이 아이패드 하나로 수만권의 책을 지니고 다니게 될 수 있는 요즘의 편리함속에 무엇을 읽어야하나는 최대의 난제임에 분명하다.


꼭 필요해서 읽지않으면 죽는다던지 생계가 막막해진다던지 하면 선택의 여지가 없음이 분명하지만 그런건 어디에도 없고, 적당히 필요해서 읽거나 배워야하는건 목적을 만들고 스토리텔링속에 나를 던져야 겨우 견질 만한 아이템이라 요즘의 주제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로 귀결되는 책읽기와 저녁시간 알차게 보내기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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