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8: # 선택 3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Episode 8:

# 선택 3화





10. 동아리 문을 연 후, 빼꼼히 머리만 들이밀어 카메라가 어디 있는지 살피다가 효상이와 눈이 마주쳤다. 생각보다 연식이 있어 보였던 외모를 지닌 효상이를 선배라고 착각해 나도 모르게 인사를 했다. 효상이는 자기에게 한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자기 일에 집중했다. 말수가 적었던 효상이는 사진 촬영을 정말로 좋아했다. 자기 카메라도 아니면서, 선배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동아리 카메라를 매일같이 닦고 또 닦았다. 대학 시절, 효상이는 내성적이라 자기표현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자기표현을 못 한다. 효상이는 집단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살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게 귀찮은 일이라 생각한다.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효상이를 보고 있으면,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외톨이처럼 느껴졌다. 항상 혼자가 좋다고 말하는 효상이의 진심이 내게는 들리는 듯했다.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11. 그래서 마음이 더 갔다. 효상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아리 선후배는 효상이가 누군지 기억하기 어려워서다. 무엇보다 일반인 눈으로 보았을 때는, 효상이는 워낙 특징이 없다. 효상이를 밖에서 마주치면 많은 이가 모른 척 지나칠 때가 많았다. 먼저 인사하면 될 텐데, 효상이는 그런 숫기도 없었다. 참 답답했다. 하지만 그게 또 좋았다. 효상이와 진중하게 대화하지 않는 한, 효상이의 생각이 얼마나 풍부하고 아름다우며 깊은지 알지 못해서다. 서랍장에 꼭꼭 숨겨 놓은 나만 볼 수 있는 보물이었다. 승기가 내 보물을 공유하는 것 같아서, 효상이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보여서, 그게 좀 섭섭하기는 하다.



멀리서 형체만 보아도

난 효상이를 느낄 수 있다.


효상이와 난 하나니까.




12. 하지만, 내 눈에는 누구보다 명확한 외모를 지닌 친구다. 효상이는 쌍꺼풀이 있는 봉황 눈을 지녔고 웃을 때 덧니가 보인다. 그리고 왼쪽 눈썹 위에 점과 오른쪽 눈썹 위에는 흉터가 있다. 코는 약간 들창코에 입술은 아래로 처져 있다. 그리고 작은 타원형 얼굴에 목이 두꺼워 거북이처럼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효상이는 무엇보다 걸음걸이가 특이하다. 땅바닥을 가볍게 치며 통통 튀며 걸어서다. 마치 농구공 같다. 그리고 팔이 짧아 긴소매 옷을 사면 늘 접어서 입어야 한다. 그에 반해 손이 가늘고 예쁘다. 손만 보면 여자라고 해도 믿을 판이다.



시간이 흘러도

아직도

널 이렇게나 기억해.


그런 너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걸까?




13. 대학 시절, 효상이와의 추억은 너무나 많다. 그중 하나만 이야기하면, 술과 얽힌 이야기다. 효상이는 술을 못한다. 당시의 선배들은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술은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입이 닳도록 떠들었다. 효상이도 이에 동참했다. 간 훈련 초기에는 효상이를 데리고 다니며 학교 근처 핫한 술집만 다녔다.



쪼끼쪼끼, 비어캐빈, 고흥 분식,

맥주창고, 거경선, 실크로드,

조마루감자탕 그리고 마도로스




14. 당시는 오이 소주, 레몬 소주, 체리 소주, 요구르트 소주 등, 칵테일 소주가 유행이었다. 하지만 칵테일 소주는 먹을 때나 맛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숙취로 고생해야 한다. 또한, 여자가 있으면 모를까, 남자끼리는 칵테일 소주를 먹지 않는다. 모양 빠지는 행동이어서다. 너무 달기도 하고, 간 훈련에도 맞지 않는다. 효상이와 다른 술을 마셨다. 이름하여 ‘오십세주’다. 당시는 백세주와 소주를 섞은 ‘오십세주’가 유행이었다. 백세주는 소주보다 비싸다. 이성과 소개팅할 때나 먹던 술이다. 하지만 효상이에게는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부터 강한 술로 훈련하면, 효상이 간만 망가진다. 효상이의 간을 보호하려면 안주도 있어야 한다. 효상이는 소시지 야채 볶음인 ‘쏘야’와 ‘황도’를 그렇게나 좋아했다. 일주일에 3번 정도를 효상이와 술을 먹으러 다녔다. 자연스레 가진 돈도 금방 사라졌다. 돈이 없다고 효상이와 시작한 간 훈련을 멈출 수는 없었다. 본 게임을 시작했다. 드디어 강한 술이다. 한겨울에도 효상이와 난 간 훈련을 쉬지 않았다. 주로 술을 학교 안에 등나무 벤치에 앉아서 먹었다. 음악이 빠질 수는 없다.



아이언 메이든에 ‘Fear of the dark’을 들으며,

웅장한 기타 소리와 베이스의 멜로디에 맞춰,

우리는 소리를 질렀다.


“워워워~워워워~워워~

Fear of the dark!! Fear of the dark!!”


20대였던 우리에게 추위는 우정을

돈독[14]하게 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15. 라면 수프에 새우깡을 안주 삼아, 빨간색 뚜껑을 자랑하는 두꺼비로 간을 훈련했다. 어찌나 구토를 많이 하던지, 옆에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뭐든지 본 게임은 힘든 거다. 추위로 등나무 벤치에서 먹기가 너무 힘들면, 몸을 녹이려 동아리로 갔다. 24시간 열려 있는 동아리가 가끔 잠긴다. 당시는 아직 1학년이라 동아리 열쇠를 받지 못했다. 1년 동안 동아리 활동에 꾸준하게 참여해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래야 다음 해에 동아리 사람으로 인정을 받아 기수에 이름을 올린 후 열쇠를 받는다. 효상이와 난 23기다. 또한, 고가의 장비가 많은 곳이다. 가끔 신입생인 척하고 디카를 훔쳐가는 몹쓸 녀석들이 종종 있다. 결국, 동아리 열쇠는 신뢰의 증표다. 여하튼, 그럴 때면 학생회관 의자에서 서로의 온도를 의지 삼아, 부둥켜안으며 잠을 자곤 했다. 우리는 그런 사이였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꾸준한 간 훈련으로 효상이는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게 마실 수 있는 남자가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승기는 효상이가 술을 못한다고 생각한다는 거다. 승기는 효상이에게 술을 권하지 않는다. 가끔 효상이에게 술을 강요하면, 승기는 아주 몹쓸 행동을 본 것처럼, 한심하게 날 쳐다본다. 효상이는 왜 술을 못 먹는 척할까? 그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 항상 셋이 만나니 물어보기도 모호하다. 그만큼 지금은 효상이와 단둘이 만날 일은 드물다. 그런 효상이가 오랜만에 독대[15]를 청했다. 오랜만에 둘이 만날 것 같다. 기분이 너무 좋구나. 단 둘이라니.



to be continued....



[14] 돈독하다 (敦篤―): 도탑고 성실하다

[15] 독대 (獨對): 중요한 지위에 있는 높은 사람을 단독으로 면담하는 일에도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