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타일 9화

외톨이로는 만들지 말아 줘.

by 카테난조




미시적인 측면이든, 거시적인 측면이든, 무채색 사회에서 개인의 선택으로 벌어진 타인과의 차이를 평가하거나 비난할 마음은 없다. 축하해줄 마음 역시 없다. 다만, 벌어진 차이를 바라보며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원한다. 그래서 요즘 스타일을 박차서 버리기로 했다. 요즘 스타일을 타인의 시선으로 빗어진 다모클레스의 칼[11]처럼 느껴지는 기분은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타인의 시선으로 빗은 다모클레스의 칼을 바라보며 불안에 떨기에 요즘 스타일은 어쩌면 우리에게 마지막 피난처일지도 모르겠다. 다수가 따르고 좋아하는 문화 양식 안에서 동질감을 느끼어 잠시나마 다모클레스의 칼을 잊고 살아갈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다모클레스의 칼이 자신의 머리를 겨누는 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지도 모르는 미래의 경쟁자에게 완패했다는 씁쓸함을 안겨준 서점에서 오랜 빚쟁이를 만나 도망치는 것처럼 허겁지겁 여자 친구의 손을 잡고 그곳을 벗어났다.






“자기야? 무슨 일이야? 누구를 본 거야?”

“난 서점이 싫어. 다시는 오기 싫어.”




서점을 싫다고 하는 나를 바라보는 여자 친구의 눈에는 걱정을 동반한 한심함이 서려 있다. 일일이 내 감정을 대변하기도 귀찮다. 지금의 내 감정을 표현해도 여자 친구가 날 이해해줄 리 만무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요즘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다른 길이 있는지를. 그렇게 2010년을 끝으로 요즘 스타일과 이별을 고했다.




다른 보폭으로

다른 세상에서

다른 시간대를

걷기로 결심했다.





2021년, 요즘 스타일과 이별을 고한 지 10년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던가? 나의 삶 역시 예전과 같지 않다. 철학 강사와 어설픈 글재주로 근근이 밥벌이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와 이별을 했다. 자기 스타일을 찾겠다고 10년을 방황했지만, 여전히 무채색 사회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을 착실하게 이행하며 살아간다. 계획하지 않고 그날그날 입에 풀칠할 생각에 앞만 보며 달린다. 오늘 주는 양식을 감사한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하면서 살다 보니까, 살아가니까, 어느새 나를 부르는 수많은 호칭이 생겼다. 솔직하게 말하면, 강사로, 작가로, 아버지로, 남편으로서 살아가면서 자기 스타일을 고민하여 각 역할에 임했던 적은 한순간도 없었다. 그 역할조차 내가 선택했는지 의문스럽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수많은 호칭이 더는 어색하지 않다. 오히려 누군가가 이 호칭으로 오랫동안 불러주기를 희망한다. 과거에는 느낄 수 없었던 책임감과 안정감을 얻어서다.




선생님. 작가님. 여보. 아빠.

아무도 알아주지 않지만

너무나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무공훈장이다.



to be continued....




[11] 다모클레스(Damokles)는 기원전 4세기 전반 시칠리아 시라쿠사의 참주(僭主) 디오니시오스 2세의 측근이었던 인물이다. 어느 날 디오니시오스는 다모클레스를 호화로운 연회에 초대하여 한 올의 말총에 매달린 칼 아래에 앉혔다. 참주의 권좌가 '언제 떨어져 내릴지 모르는 칼 밑에 있는 것처럼 항상 위기와 불안 속에 유지되고 있다'라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서였다. 이 일화는 로마의 명연설가 키케로에 의해 인용되어 유명해졌고, 위기일발의 상황을 강조할 때 '다모클레스의 칼(Sword of Damocles)'이라는 말을 속담처럼 사용하기 시작했다. (출처: 위키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