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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빵순이 Jul 29. 2022

삶은 여행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주 주말 마음 맞는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지리산 둘레길을 거닐고 왔다. 팬데믹으로 인한 뉴 노멀 트렌드에 등산이 추가된 것이 꽤 된 이 시점에서 등산이 취미라 말하고 다니지만 난 사실 그렇게 트렌디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더위와 산을 견딜 재간이 없었다. 결국 그다지 트렌디하지 않은 우리들은 지리산 둘레길을 천천히 돌았고 ‘무더운 여름과 트레킹 하기’라는 명목 아래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를 비롯한 내 친구들은 극심한 경쟁에서 크게 낙오되지도, 크게 성공하지도 않은 채 매우 평범한 30대 후반을 보내고 있다. 사실 평범하게 무난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 버티고 있다는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 그렇게 온갖 것과 씨름하며 하잘것 없는 일에 얽매어 지내다 보니 벌써 7월도 훌쩍 지나갔다. 여름도 곧 막바지일 것이다. 그리고 늘 그렇듯 대화에서 우리의 나이 듦에 대한 한탄은 빠지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번 여행길에서 우리의 같은 대화들은 짐짓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일상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일상의 아름다움을 관조하기 위해서는 여행보다 좋은 것이 없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깨닫는다. 성공이란 부의 축적이나 권력의 소유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인생이라는 여행 전반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살면서 매 순간이 소중하기는 쉽지 않다. 일상이란 반복된 행위의 연속이며 아름다움은 무뎌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멀리 떠난다.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그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나이를 먹어가니 많은 부분이 새로워진다. 꽃이 예뻐서 사진을 찍게 된다거나 갈수록 편한 것이 좋아진다거나. 성격은 여전히 모난 것 같지만 이제는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싫어서 까닭스러움은 좀 내려놓게 된다. 서로의 긍정적인 면을 이끌어 주고 싶다. 그리고 다들 울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길 바라게 된다.


떠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간은 항상 필요한 것 같다. 즉 여행은 현재를 되돌아보고 그 의미를 되찾아 가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결국 앞서 언급했든 ‘사랑하는 사람들과 동행하는 인생이라는 여행 전반을 향유하는 것’이라는 삶의 의미를 친구들과 함께 한 이번 여행에서 찾을 수 있었다.


삶은 고난과 기다림의 연속이다. 그리고 나는 이따금씩 그것의 무게에 짓눌린다. 스스로의 얕고 적음을 느낄 때마다 자괴감은 깊어가지만 나잇값 하며 살아가는 것이 과제가 된 요즘 그래도 어느 정도는 제대로 하고 있길 바란다.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이것도 여행이 아니었으면 느끼지 못했을 일이다. 일상에서 멀찍이 떨어져 그것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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