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키우고 있는데 불안한 이유

by 버츄리샘


“이 정도면 잘 키우고 있는 거 아닌가요?”

많은 부모들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밥도 잘 먹이고, 학원도 보내고, 혼내기보다는 대화하려 애쓰고,
아이 마음 다치지 않게 말 한마디도 고르고 또 고르는데도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요?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지칩니다.
“혹시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아이, 나중에 괜찮을까?”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불안은 더 커집니다.


조벽 교수는 말합니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를 못 키우는 게 아니라

너무 잘 키우려고 애쓰고 있다고.

그래서 부모의 마음은 늘 긴장 상태입니다.

실수하면 안 될 것 같고,

뒤처지면 큰일 날 것 같고,

지금 이 선택이 아이의 평생을 좌우할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애씁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이렇게 애쓰는데도 아이들은 쉽게 무너집니다.

조금만 틀려도 울고,

친구의 말 한마디에 하루 종일 마음이 흔들리고,
“나 못해”라는 말을 너무 쉽게 합니다.
잘 웃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을 미워하고,
부모의 한숨에 자기 존재까지 부정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아이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버텨야 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은 약해진 게 아닙니다.
아이들이 살아가는 환경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끊임없이 비교되는 세상,
조금만 느려도 뒤처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속도,
실수하면 바로 기록으로 남는 디지털 환경.

아이들은 쉬지 않고 평가받는 공간 속에서 자라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이 마음을 지탱해 줄 ‘내면의 힘’이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아이의 겉모습을 돌보는 데는 익숙합니다.
성적, 태도, 결과, 사회성.
하지만 아이가 흔들릴 때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
실패해도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힘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배워왔습니다.

그 힘이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내면근육입니다.


자존감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를 보면
“저 아이는 원래 성격이 좋은가 보다”
“타고난 기질이 자존감 높은가 보다”
라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교실에서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며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자존감은 타고나는 성격도 영향을 미치지만
반복해서 길러진 마음의 힘이라는 것을요.


누군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준 경험,
실패했을 때도 존중받았던 기억,
잘했을 때보다 노력했을 때 인정받았던 순간들.
이 작은 경험들이 쌓여
아이 마음속에 단단한 근육처럼 자리 잡습니다.


반대로,
아무리 많이 칭찬받아도
성취적 인정만 반복되면
아이의 마음은 쉽게 꺾입니다.

“잘해서 괜찮은 나”는 있지만
“그냥 존재해도 괜찮은 나”는 없기 때문입니다.

잘 키우고 있는데도 불안한 이유는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닙니다.



조벽 교수는

부모의 불안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부모의 불안은 실패가 아니라

이 아이를 정말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의 신호다.”

문제는 이 불안을

아이를 통제하는 방향으로 쓰느냐,

아이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쓰느냐입니다.

불안이 통제로 흐르면 아이는 숨이 막히고,

불안이 이해로 바뀌면 아이는 안전해집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불안해도 아이를 믿는 어른입니다.

아이는 바뀌지 않아도, 자랄 수 있습니다.


내면근육은

가르쳐서 생기지 않습니다.

설명해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존중받는 관계 속에서,

기다려주는 어른 곁에서,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는 시선 안에서

조용히 자랍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01화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