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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두 Oct 13. 2024

누워서 휴대폰 보다 생긴 그 흔한 참사

악 소리 나는 분개 14화


아침에 눈을 떠서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눈앞에 가져다 댔다. 원래는 그냥 시간만 확인하려고 했다.


그런데 휴대폰 화면에 잔뜩 뭔가가 떠 있는 거다. 내가 잠든 사이에도 나와 세상이 이어지고 있었음을 알려주는 각종 증표였다. 노란 카톡 마크, 희미한 브런치 표시, 여러 컬러의 쇼핑몰 문자들...


옆에 놔둔 안경을 끼고 반듯이 누운 채로 하나하나 그것들을 확인해 나갔다. 그걸 방치하는 건 사회인으로서 직무 유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딱 거기까지면 괜찮았을 텐데, 어느 카톡에 답변을 한 게 화근이었다. 상대가 바로 톡을 보내왔고 나 역시 바로 톡으로 답변했다.


만일 그렇게 이어질 대화였다면 그때라도 일어나 앉아야 했다. 하지만 게으른 나는 여전히 반듯이 누워 두 팔을 위로 들고 휴대폰을 봤다. 그런 상태로 카톡 대화는 계속됐다.


어느 순간 내 입에서 으악 소리가 튀어나왔다. 오른쪽 윗입술과 앞니에 강한 타격이 가해진 거다.

말할 것도 없이 그 강타의 범인은 휴대폰이었다.

 


요 이미지는 메간맘이라는 분의 8년 전 블로그 글에서 빌려왔습니다.



앞니를 눌러보니 다행히 흔들리지는 않았다. 윗입술도 약간 부었을 뿐 피가 나거나 하진 않았다.


다행이다!


이게 눈 위로 떨어졌을 걸 상상하니 아찔했다. 안경이 깨져 그 파편이 눈으로 들어갔더라면... 으윽, 생각만 해도 무섭다.


오늘 이 분개의 대상은 나, 정확히 말하자면 나란 사람의 게으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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