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탕 먹어치운 곰탱이
엄마들만 공감할 분개 17화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헤어지려는데, 친구가 내 손을 끌고 근처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그 동네 맛집으로 불리는 곰탕집이었다.
집에 가지고 가라며 곰탕 두 그릇을 주문하기에 극구 사양하다, 그러면 한 그릇만 포장해 달라고 했다.
고깃국 좋아하는, 빼빼 마른 아들 녀석 먹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새벽 6시에 집을 나서는 재수생 아들 아침 식사로 내주면 좋을 것 같았다.
친구는 고기의 양이 두 배인 특곰탕을 건네주며 "이것 먹고 힘내서 공부하라고 해."라고 말했다.
어차피 신세 지는 건데 굳이 한 그릇만 주문한 건, 남편은 고깃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자칫 냉장고에 처박히게 될 게 염려돼서였다.
(전에 유명한 음식점에서 사 온 소고기국밥을 아무도 먹지 않아 내내 냉장고에 보관하다 결국 버렸던 적이 있다.)
늦은 밤, 다음 날 아들 녀석 먹고 갈 아침을 챙기기 위해 냉장고에서 그 곰탕을 꺼내려고 했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곰탕이 보이질 않는 거다.
냉장고를 샅샅이 뒤져도 안 보이기에 김치냉장고까지 찾아봤지만 없었다.
혹시 실수로 냉동실에 넣었나 싶어 냉동실까지 다 뒤졌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남편에게 곰탕 못 봤느냐고 물었다.
슬픈 예감이 틀린 적이 없듯 혹시나 하는 생각도 틀린 적이 없다.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가 먹었다고 말했다.
아니, 그걸 왜 먹었냐고!!!
나는 다음 세 가지 이유로 분개했다.
1. 아들 먹일 음식을 홀라당 먹어 치워서
2. 평소 안 좋아하는 음식인데도 별 생각없이 먹어서 (평소 좋아하는 음식이라면 화가 덜 났을 듯)
3. 고기 많이 든 특곰탕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어 버려서 ('소식좌'라 평소 반 정도만 먹는데...)
그래도 먹는 거로 화내는 건 너무 치사한 것 같아서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고, 속으로만 눈치 제로 곰탱이라며 투덜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