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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Jul 10. 2024

아이의 근거 없는 자신감

아이처럼 어른도 지금을 즐기며 운동 취미를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아이는 이번 달부터 줄넘기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매주 월 수 금요일 1시간씩 수업인데,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고, 월 수강료가 워낙 저렴해 친구들과 함께 신청한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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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서 문자가 왔습니다. 변압 설비가 고장 나 한국전력에서 긴급히 수리를 진행한다며 진행이 늦어질 경우 오늘 수업은 휴강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아내가 아이에게 줄넘기 연습해야 하는데 못 가겠네, 아쉽네 말했더니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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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나 이제 줄넘기 잘하잖아! 하루 쉬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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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저는 크게 웃었습니다. 사실 아이는 줄넘기를 잘 못하거든요. 주말에 아빠와 특훈을 하자며 아파트 1층에서 연습했는데, 3회 정도 겨우 돌리던 애가 10회 넘게 돌리게 되었지만 여전히 팔은 고정되지 않고 줄을 넘기며 겨우겨우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에 말 그대로 저랑 아내는 빵 터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 과정 없이 자기만의 세계와 아집 속에서 착각만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수업 시간에 주변 형, 누나, 친구들의 줄넘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뻔히 보고도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다행히 ‘자기 객관화 부족’은 아니고 단순 ‘자기만족’인 것 같습니다. 아이도 “나 이제 10개 넘게 하잖아, 3개만 겨우 돌리던 내가 아니야.” 말합니다. 어제의 나보다 뛰어난 오늘의 나 자신에 만족하는 것 같네요. 여전히 웃긴 아이라는 생각이지만 마음 한구석으로는 흐뭇했습니다. 밝고 씩씩하게 자라는 것 같아 고맙고 대견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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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취미로 즐기는 운동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취미인 만큼 나 자신이 만족하는 수준에서 즐겨도 충분한데,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기록과 순위에 집착하고 승부욕에 사로 잡히기도 합니다. 어떤 분들은 실력이 정체되면 쉽게 슬럼프에 빠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린아이처럼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어른이 되면서 부족해졌거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때문 아닐까요? 매일 이어가는 운동 취미에서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 자체를 즐겨야겠습니다. 아이처럼요. 새벽 실내 사이클, 한강 조깅, 그리고 아침 실내 수영을 했습니다. 감사하고 즐거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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