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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Oct 20. 2024

새벽 12000m와 800m 러닝, 그리고 보령 무창포

<신비의 바닷길> 축제

가족과 함께 충남 보령 무창포 해수욕장 <신비의 바닷길> 행사에 가기로 했습니다. 10시 조금 넘어 바닷길이 열린다고 합니다. 집에서 일찍 출발해야 합니다. 서해안 고속도로와 서해대교 정체 때문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아침 8시 이전, 계획으로는 7시 30분에는 집을 나서기로 했기 때문에 오늘은 새벽 4시 30분 과천 관문체육공원 트랙에서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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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0미터 지속주 러닝을 하고, 잠깐의 쉼 이후 800미터(휴식 2분) 2세트를 이어서 했습니다. 12000미터는 3분 55초/km, 800미터는 3분 30초/km 페이스입니다. 프로그램 모두 페이스로 계산된 시간에 딱 맞게 마쳤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재빠르게 씻고 옷 갈아입으며 나들이 준비를 합니다. 운동 마치고 늦게 왔다며 아내에게 꾸중 들었습니다. 반복되는 주말 아침 풍경입니다. 다행히 일요일 아침 서해안 고속도로는 크게 막히지 않았습니다. 보령으로 가는 길목마다 마주치는 지역 이름들을 보며 아내와 아이와 즐겁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우리나라 송아지들 대부분의 아빠는 서산 목장에 있다는 얘기를 하며 다음에 서산 목장 구경하자는 약속을 아이와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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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이 열린 시간보다는 조금 늦게 도착하였지만, 지역 잔치라고 하기에는 사람이 크게 붐비지 않아 주차와 진입에 큰 지체 없이 바로 바닷길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해변과 섬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진 길을 걸으며 사진 찍고 바닷바람을 즐기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희 가족은 옷과 장비(?) 모두 간편한 관광객 차림이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긴 장화를 착용하고 마치 수산업에 종사하는 프로와 같은 전신 방수복(?) 같은 것을 입은 채 커다란 호미와 괭이로 바지락을 캐내는 광경이 굉장히 재미있었네요. 옷차림뿐만 아니라 물길이 열려 있는 2시간 남짓 한 시간 내내 뻘을 긁어내며 바지락을 찾는 모습이 재미를 넘어 무시무시하더군요. 왜 관광 와서 다들 일을 하시는 걸까? 혼자 생각했습니다. 어휴, 모두 얼마나 바지락에 진심인지 땅바닥에 앉아 고개 숙여 땅 긁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구경만 해도 제가 허리 디스크 걸릴 것 같았어요.

해변 가까이 있는 식당에서 바지락칼국수와 회덮밥을 먹었습니다.

식당에서 나와 다시 해변에 나와보니 그 사이 바닷물이 차올라 물길은 없어졌더군요.

바닷가에서 새*깡 과자 준비는 필수입니다. 갈매기들에게 던져주며 아이가 해변의 인싸가 되기 딱 좋습니다.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던 주변 아이들도 아빠 엄마에게 떼를 쓰더니 잠시 후 다들 새*깡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오늘 이 동네 갈매기들 돼지 만드는 날입니다.

주말 나들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고속도로 정체가 무척 심했습니다. 하루 종일 놀았습니다. 지난주 서울레이스 하프 마라톤이 열렸던 일요일에는 경복궁 야간 개장으로 저녁 늦게 집에 돌아왔는데, 이번 주 일요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외로 피곤하다는 느낌보다는 주말 내내 아내와 아이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꽉 채워 보냈다는 포만감 덕분에 기분은 더 좋고 월요병 또한 없습니다. 월요일이 두려워 일요일을 얌전하게 보내는 것은 역시 저랑 안 맞는 것 같아요. 학생 때도 예전 직장 생활 때도 그랬습니다. 주말 최후의 순간(?)까지 즐겁게 보내야 다음 일주일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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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아내와 아이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으로 여기저기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주말입니다. 대단한 운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컨디션 조절과 리커버리를 한다며 대회가 다가오는 주말마다 산송장처럼 보냈던 적이 종종 있었는데, 정말 웃긴 짓이었다는 것을 올해 보스턴 마라톤 대회 이후 깨달았습니다. 올해 JTBC 마라톤 때는 몇 년 만에 대회 하루 전 토요일, 종묘제례악 공연도 볼 계획입니다. 해마다 5월 그리고 11월 첫째 토요일에 하는데 11월 첫째 일요일에 열리는 JTBC 마라톤 때문에 날씨 좋은 11월 공연을 몇 년 못 봤거든요. 이제는 그러면 안 되겠습니다. 운동 대회 나간다고 유난 떨어봐야 기록이나 성적이 잘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훈련 시간을 가져가고, 반복되는 운동 습관 속에서 그 일부로 대회 일정도 스며들게 하는 것. 올해부터 제가 바라는 운동 취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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