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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언파파 Mar 29. 2023

마라토너가 고향에서 명절을 즐길 때에는 트랙을 찾는다


단순히 편하게 집밖으로 나가 달리는 러너가 아닌, 좀 더 진지하게 달리기를 즐기는 마라토너가 되면서 가지게 된 습관이 있다. 여행 등 갈 때 가까운 트랙을 찾는 것. 명절 연휴기간 동안 고향 방문할 때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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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한 복장과 운동화를 착용하고 집 근처 공원 산책로에서 달리기를 처음 시작하였지만, 러닝 마일리지가 쌓이고 기록이 단축되며 더 높은 목표를 설정함에 따라 트랙 달리기를 하게 되었다. 100미터, 200미터, 400미터 그리고 1000미터 등 거리를 목표한 시간으로 반복하여 달리는 인터벌 질주 훈련뿐만 아니라 10000미터, 15000미터 대회페이스 지속 달리기, 30000미터 이상의 장거리 달리기 등 정확한 거리 측정이 필요한 훈련 프로그램을 할 때에도 트랙이 더욱 필요하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제는 매일의 일상 조깅 또한 되도록 트랙에서 달리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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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 달리기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고, 그렇기 때문에 엘리트 육상 선수뿐만 아니라 러닝을 즐기는 동호인도 트랙에서 뛰어야 한다. 지면 충격을 흡수해 주는 우레탄 바닥, 그리고 100미터마다 표시된 지점을 지나며 시간을 체크하고 익히는 페이스 감각. 1 레인 400미터 정규 트랙을 달릴 때, 회전반경 안쪽 레인을 밟으며 달리지 않는 이상 GPS 상 측정거리는 400미터보다 조금 더 길게 측정되는데, 그래서 정확하게 400미터 지점마다 따박따박 랩타임을 체크하며 달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실제 마라톤 대회에서 스타트지점 출발 후 많은 인파 속에서 달리다 보면 사람들을 이리저리 피하는 순간에도 GPS는 1~2미터씩 거리를 인식하기 때문에 스마트워치상 페이스를 보며 달리면 대회를 망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풀코스 마라톤대회를 뛰면 42.195km보다 더 많은 거리를 달린 것으로 GPS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GPS 칩에 오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정확하기 때문에 더 많은 거리를 달린 것으로 나오는 것이다. 러너 스스로 거리에 따른 정확한 페이스 감각이 부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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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조깅을 할 때에도 트랙에서 달린다. 400미터 2분 20초 5’ 50”/km 페이스로 시작하여 1분 48초의 4‘30 “/km 페이스를 지나 1분 36초 새로운 조깅 페이스까지. 100미터마다 손목을 살짝 돌려 시간을 확인하고 400미터 지점에서 시계 버튼을 누르며 랩타임을 확인한다. 마라톤 초보 시절에는 100미터마다 랩 버튼을 눌렀는데, 시간이 지나고 실력이 쌓일수록 400미터 한 바퀴마다 랩 버튼을 누른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 어깨가 앞뒤로 돌아가고 상체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반복된 트랙 달리기에서 안정적으로 실력이 쌓인다. 무언가를 잘하도록 타고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력은 반복 연습에서 나온다. 잘하고 싶다면 반복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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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을 내딛을 때의 반동을 느끼며 달리고, 만트라를 외우듯 400미터마다 시간을 확인하며 몸을 움직여 땀을 흘리면 어느덧 아무 걱정도 생각도 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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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엔도크리놀로지(Frontiers in Endocrinology)' 최신호에 운동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는 논문이 실렸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3개월 간 시행한 결과 감정 반응, 불안 등에 관여하는 편도체의 활성도가 약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운동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다. 편도체 활성도가 감소하는 동안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혈압 모두 유의미하게 줄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운동은 긴장을 줄여주고 생각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을 억제한다. 수면이나 식사와 같은 생체 리듬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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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우레탄 바닥을 달리며 부상을 예방하고, 정확한 거리 반복 달리기로 페이스 감각을 익혀 더욱 러닝을 재미있게 즐긴다. 트랙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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