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질 없는 아재가 운동과 독서에 임하는 마음
어제는 40000미터 LSD(LONG SLOW DISTANCE, 긴 거리를 대회 목표 페이스보다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하였다. 준비하고 있는 서울국제마라톤 대회일이 3월 19일이니 약 3주 전에 최종 장거리 훈련을 하였다. 매년 봄과 가을마다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한 지 이제 5년 정도 지났는데, 작년 가을부터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하며 예전과 달라진 것은 더 이상 훈련을 중도에 포기할 정도로 힘든 것이 없고, 훈련을 마치고도 특별히 아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이렇지 않았다. 비록 장거리 훈련이 목표하는 대회 페이스보다 1km당 30~40초 정도를 느린 속도로 매우 천천히 뛰는 것이긴 하지만 40,000m 즉, 40km라는 압도적인(?) 거리는 나에게 많은 시련과 고통을 안겨주곤 하였다. 그때의 나에게 LSD 달리기 연습은 비장한 각오로 임하는 승부와도 같았다. 이제야 비로소 축제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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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년이 걸렸다. 매 시즌마다 반복되는 달리기 강습과 자세교정을 받고, 뜻이 맞는 주변 분들과 함께 운동하며, 나 스스로도 열정과 의지로 연습을 반복해 왔던 결과, 오늘날에 이르렀다. 역시 나는 타고난 운동 신경이 좋은 편이 아니다. 무척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앞으로도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숙제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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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로 즐기는 LSD 장거리 달리기 연습일은 단 하루 몇 시간에 끝이 나지만, 그 과정은 하루 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장석주 시인의 글처럼,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너무 숨이 차올라 더 이상 호흡이 어렵고 배가 아프다며, 또는 덥거나 춥다며 장거리 달리기 연습을 그만두었던 예전의 나의 모습에서도 결국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이다. 이제 달리기와 마라톤을 조금씩 알 것 같은 느낌이다. 초급반에서 벗어나 중급반으로 올라가는 동네 수영장 초등학생 꿈나무 시절 이런 기분이었던 것 같다. 과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태풍, 천둥, 벼락에도 굴하지 않아야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대추 한 알을 또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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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에 읽을 책들을 주문했는데 이제 막 도착하였다. 독서도 운동 취미도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매년 평균적으로 나는 일주일에 한 권 정도 1년 약 50권을 읽었는데, 작년 말 우연히 서점에서 독서법에 대한 책을 접하고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올해 목표는 100권을 목표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물론 빨라졌는데, 그냥 속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책 내용을 받아들이는 것 또한 단순히 활자를 읽고 소비해 버렸던 예전보다 조금 더 생산적으로 읽어 내려가고 있다. 아직은 익숙하지가 않다. 운동신경 좋지 않은 내가 마라톤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축제로 여기게 된 것처럼, 생산적인 독서 또한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 포기하지 말자. 계속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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