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나의 일상
원래는 오늘 새벽 동네에서 가볍게 리커버리 러닝을 할 계획이었다. 어제 팀 단체 톡방에서도 내 몸 상태가 피곤하고 다른 분들 또한 중복되는 일정들이 많아 모이지 않고 각자 훈련하기로 하였다. 하긴, 목요일은 모이는 날이 아니다. 다만 어제는 짙은 안개와 이슬 때문에 새벽 트랙을 뛸 수 없었고, 급히 대체 프로그램으로 주차장 60분 조깅만 했었는데, 이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어제 오후 일정 때문에 실제 나는 피곤했다. 목요일 새벽은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걷듯 뛰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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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30분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종이신문을 챙길 겸 밖으로 나가 날씨를 확인한다. 기온은 낮지 않지만 여전히 바람이 많이 불어 추웠다. 하지만 왠지 뛸만하다는 생각이었다. 문득 충분히 어제 프로그램으로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방으로 들어와 운동복을 입고 세안을 한 후 보습크림과 선블록을 챙겨 바르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시동을 걸고 잠실보조경기장으로. 그리고 어제의 프로그램을 달린다. 12,00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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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대회 목표달성을 향한 의지와 열정, 경쟁심과 승부욕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뭔가에 홀리고 이끌리듯 나는 오늘 새벽에도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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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는 30대 중반을 지날 무렵 자신 속에서 정신적인 탈바꿈이 이루어지기 전에 뭔가 보람 있는 일을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어느 한 시기에 달성해야 할 무엇인가를 달성하지 않은 채로 세월을 헛되이 보내는 것이 두려웠다. 그대로 있다가는 무엇인가를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변화가 필요했다. 말하자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싶었다. 문득 긴 여행을 떠나고 싶어 졌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뜨고 귀를 기울여 들어보니 어디선가 멀리서 북소리가 들려왔다. 아득히 먼 곳에서, 아득히 먼 시간 속에서 그 북소리는 울려왔다. 먼 곳에서 북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 하루키는 긴 여행을 떠나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루키는 유럽으로 떠났고, 유럽에서의 3년 동안 <상실의 시대>, <댄스댄스댄스>를 비롯한 소중한 작품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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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not measured by the number of breaths you take but by the moments that take your breath away.
인생은 숨을 쉰 횟수가 아니라 숨이 멎을 정도로 벅찬 순간이 얼마나 많았는가로 평가된다.
- 마야 안젤루, 미국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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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달리고 매일 읽고 그리고 매일 글을 쓴다. 숨 가쁘게 호흡이 거칠어지는 매일의 달리기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자신을 마주한다. 반복되는 일상을 통해 가슴 벅찬 내일을 꿈꾼다. 마음속 먼 곳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북소리가 울리는,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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