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강원 : 겨울의 감각> 바운더리 비하인드
겨울에 대한 인상은 저마다 다릅니다. 저에게 겨울은 조용한 계절입니다. 추운 날씨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서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소복이 쌓인 눈은 주변 소음을 흡수해 더 조용하게 느껴진다고 해요. 그래서 겨울에는 일부러 더 조용한 노래를 찾아듣곤 합니다.
연남방앗간의 두 기획자에게 겨울은 따뜻한 계절입니다. 두 기획자는 가장 먼저 겨울을 맞이하는 지역인 추운 강원도의 모습에서 되려 따뜻함을 떠올렸다고 합니다. 연남방앗간의 두 번째 로컬팝업, <Chapter 2 : 강원, 겨울의 감각>을 기획한 기획자 K와 기획자 P를 만나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Q. 어떤 일을 하시는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K : 로컬 브랜드 편집상점 ‘연남방앗간’의 시즌 콘텐츠에 대한 기획과 전반적인 운영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P : 저는 K 님이 하는 기획을 전반적으로 서브하면서, 마케팅도 같이 하고 있어요.
Q. 연남방앗간의 이번 <겨울의 감각> 강원 팝업의 주요 키워드가 겨울, 감각, 강원도인데요. 이 세 가지 키워드를 함께 묶어서 기획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K : 여름과 가을에 걸쳐 진행했던 지난 부산 로컬팝업에 이어, 이번 팝업은 겨울 시즌에 진행되기 때문에 겨울에 어울리는 것들을 먼저 떠올려봤어요. 강원도는 눈이 많이 내리고 추운 이미지이지만, 강원도에 있는 콘텐츠들은 따뜻함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강원도 감자의 포슬포슬한 이미지가 사람들에게 감각적으로 잘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번 시즌에는 강원도를 선정해서 진행하게 되었어요.
P : 겨울은 감각이 무뎌지는 계절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조그만 감각도 예민하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겨울에는 조금만 따뜻해도 뜨겁게 다가오니까요. 또 강원도는 감자가 유명하고, 감자하면 뜨겁게 삶아 김이 폴폴 나는 이미지가 연상이 되어서 감자를 메인으로 ‘오감 충족 맛있는 강원 상점’으로 이번 팝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Q. 이번 강원 팝업의 메인 이미지가 기존 연남방앗간의 무드와 조금 다르다고 느꼈어요. 디자인이 나오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K : 연남방앗간을 ‘로컬 브랜드 편집 상점’으로 인식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 아직까지는 그냥 카페로 많이들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디자이너님이 이전이랑 완전히 다른 느낌으로, 상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자는 의견을 주셨어요. 예전에는 한 번도 직설적으로 ‘저희 이런 상품을 판매해요’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없었거든요. 처음에는 연남방앗간의 결이랑 너무 다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보면 볼수록 설득이 되더라고요. ‘편집상점’이라는 걸 더 직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어서 좋았고, 소비자분들도 연남방앗간이 이번 팝업에서 어떤 상품을 판매하는지 더 확실하게 인식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Q. 디자인에 ‘이스터 에그*’가 숨겨져 있다고 들었어요.
P : 포스터에 겨울의 차가운 느낌을 많이 담으려고 했어요. 이미지를 보면 약간 뿌옇게 되어있잖아요. 저희가 아이데이션을 할 때 창문에 김 서린 느낌이 꼭 들어가면 좋겠다고 얘기했거든요. 김 서린 창문에는 스마일 그림 그리는 거, 다들 아시죠? 그런 디테일이 숨겨져 있어요.
K : 바깥은 춥고 실내는 따뜻할 때 창문에 김이 서리잖아요. 추운 겨울에 연남방앗간의 콘텐츠를 통해서 마음속 깊이 따스함을 느끼시기를 바라는 마음을 디자인에 담아보았습니다.
*이스터 에그 : 콘텐츠 제작자가 재미를 위해 몰래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
Q. 다양한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팝업에 참여했어요. 크리에이터는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셨나요?
P : 로컬에서 활동하시는지, 로컬에서 나는 먹거리나 생산물을 충분히 활용하시는지. 이 두 가지를 가장 중점적으로 봤던 것 같아요.
K : 맞아요. 이 두 가지 조건과 더불어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크리에이터 분들을 찾으려고 했어요. 로컬 브랜드의 경우 본인들만의 스토리가 있을 거라고 기대했고, 매력적인 스토리를 가진 크리에이터라면 소비자분들도 흥미 있어 하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처음에 연락을 드리면서 인터뷰지도 함께 전달드려서 그런 부분을 파악하려고 했고요.
저희가 생각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그 지역의 재료를 가지고 자기만의 것을 하시는 분들이에요. 이번 강원 팝업에 함께한 퍼블릭 초콜래토리의 경우, 카카오 열매가 한국에서 나지는 않지만 춘천에서 오랫동안 카카오를 탐구하시면서 초콜릿을 만들어오셨고, 산양 산삼과 같은 강원도의 재료를 가지고 특이한 초콜릿을 만드세요. 그런 것 또한 로컬의 한 모습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함께하게 되었어요.
Q. 이번 강원 팝업을 기획하면서 힘들었거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K : 지금은 힘들었던 게 다 미화돼서 기억이 안 나네요.(웃음) 너무 감사하게도 이번에 팝업을 준비하면서 컨텍 단계부터 수월하게 되었어요. 크리에이터 분들께 함께하고 싶다고 연락을 드렸을 때 모두 다 좋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책임감을 더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분들에게는 이런 게 필요했고, 이런 기회를 기다리고 계셨을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 저희가 더 나서서 로컬 브랜드를 파고들고, 알리려고 노력해야겠구나 생각했죠.
P : 예를 들어 송림도향이라는 브랜드는 서울에서 강원도 소나무를 소개하고 싶은 열정이 엄청나세요. 사소한 것도 기회로 만들려고 되게 많이 고심하고 계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저희가 무언가 작게 제안을 드리면 송림도향에서 10배 이상을 이미 준비하고 계시고, 적극적으로 제안해 주시기도 하고요. 이렇게 준비된 브랜드가 많은데 서울에는 어쩌면 이분들을 포용할 공간이 없는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연남방앗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것 같고요.
Q. 듣다 보니 두 분도 팝업을 준비하고 운영하면서 로컬 브랜드에 애정을 가득 가지게 되신 것 같아요. 마치 자식 자랑하듯이.. (웃음)
K : 더 자랑해도 될까요.(웃음) 31건어물이라고 일상에서 가볍게,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건어물을 제안하는 브랜드가 있어요. 이분들은 원래 납품하실 때 100개, 200개씩 박스 단위로만 하시는데 저희가 처음에 소량으로 주문을 했는데도 괜찮다고, 브랜드를 알릴 수 있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면 너무 좋다고 하시고, 저희의 의견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고 하시더라고요.
감자빵을 만드는 춘천 감자밭과 처음 미팅을 했을 때도 놀랐어요. 의사소통이 너무 잘 되고, 새로운 걸 함께 만들어보자는 얘기가 막 쏟아져 나와서 첫 미팅부터 밀도 있는 미팅을 했거든요. 마치 저희를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된 아이디어를 말씀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특히 감자밭은 지속가능한 농업에 대해 고민하시면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에 놀라기도 했고요.
P : 서울에도 잘 하는 분들이 많지만, 지방에도 잘하고, 준비된 분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다는 것을 느꼈어요. 지방에 있으면 서울보다 접근성이 떨어지긴 하잖아요. 그런 것에 대비해서 어떻게 노출될 수 있을지 고민을 정말 많이 하시고, 브랜드를 어떻게 어필할 수 있을지 몇 배로 고민하시니까 이렇게 저희가 연락드렸을 때 바로 쏟아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K : 추측하건대 크리에이터 분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건 어떤 밸런스, 균형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많은 것들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지역마다 매력적인 콘텐츠와 멋진 공간, 먹을거리들이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마음에서 이런 브랜드를 만들고, 운영하시는 게 아닐까 해요.
Q. 두 분 말씀 들어보니까 다음 팝업이 너무 기대되네요. 살짝만 스포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K : 첫 번째, 두 번째 시즌은 ‘지역’을 키워드로 진행했는데, 다음 시즌에는 지역을 벗어나 다른 재미있는 큐레이션을 해 볼 예정이에요. 일상에 조금 더 가까운, 피부에 닿는 것에 대한 것들을 풀어보면 어떨까 해서 아이디어를 디벨롭하는 중입니다. 다음 시즌은 아마 3월부터 5월까지 진행될 것 같아요. 가정의 달이죠. 그때 연남방앗간에서 스승과 어버이와 어린이를 위한 선물이 준비될 예정이니 선물 미리 사지 마시고(웃음) 참새처럼 편하게 연남방앗간에 들러주세요.
Q. 이번 강원팝업에서 가장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제품이 있나요?
P : 저는 퍼블릭 초콜래토리를 통해서 ‘빈투바 초콜릿’을 처음 먹어봤어요. 평소에 커피를 좋아해서 커피는 원두마다, 로스팅 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른 건 알고 있었는데 초콜릿도 카카오빈마다 맛이 다르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게 됐어요. 초콜릿 메이커라는 개념이 있는지도 몰랐거든요. 처음 초콜릿을 먹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패키지를 열면 맛을 체크하면서 먹을 수 있게 체크리스트가 있거든요. ‘오트 밀크’를 먹었는데 정말 거기 쓰여 있는 맛이 다 나더라고요. 초콜릿에서 그런 풍미를 느낀 게 처음이라서 저는 퍼블릭 초콜래토리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K : 하나만 뽑으면 다른 브랜드들이 섭섭해하실 것 같은데요. 다 저의 여덟 손가락이어서 하나만 뽑기가.. (P : 그러면 뽑은 저는 뭐가 돼요.) P 님은 어쨌든 직접 경험한 거니까. 저는 여덟 브랜드 다 좋아요.(웃음)
Q. 마지막으로, 바운더리의 시그니처 질문을 드릴게요. 강원 팝업을 진행하면서 새로 하게 된 ‘발견’이 있다면요?
P : 저는 아까 말씀드렸지만 초콜릿이요. 스페셜티 초콜릿을 알게 되었고 취향에 맞는 초콜릿을 발견했어요. 사실 저는 단 걸 별로 안 좋아해서 자주 먹지 않았는데, 퍼블릭 초콜래토리의 빈투바 초콜릿은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K : 저는 몰랐던 저의 모습을 발견했어요. 이번에 정음철물에서도 강원 팝업이 진행 중인데, 정음철물에 손님분들이 오시면 저도 모르게 손님분들께 말을 걸고 있더라고요. 좋은 로컬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소개를 하고 싶은 거예요. 원래 낯을 많이 가리는 성향인데도 손님들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선에서 옆에서 슬쩍 말도 걸고, 소개도 하고 그랬어요. 저에게 이런 면도 있다는 걸 이번에 새로 발견하게 되었어요.
추운 겨울,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따뜻하게 만들어줄 강원 크리에이터들의 제품을 연남방앗간 팝업에서 만나보세요.
CHAPTER 2 강원: 겨울의 감각
위치 | 연남방앗간 서울역점 (서울 중구 통일로 1, 문화역서울284)
기간 | 2021. 11. 27. (토) – 2022. 2. 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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