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예 <탕비실>
1. 공용 얼음 틀에 콜라 얼음, 커피 얼음을 얼려놓는 사람.
2. 20여 개의 텀블러 보유, 공용 싱크대에 안 씻은 텀블러를 늘어놓는 자칭 환경 운동가.
3. 인기 많은 커피믹스를 잔뜩 집어다 자기 자리에 모아두는 사람.
4. 탕비실에서 중얼중얼 혼잣말하는 사람.
5. 공용 냉장고에 케이크 박스를 몇 개씩 꽉꽉 넣어두고 집에 가져가지 않는 사람.
이들과 함께 탕비실을 쓴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누가 가장 싫습니까?
삶에서 내가 정할 수 있는 건 삶을 어떻게 대하느냐뿐이라고 했던가. 싫어하는 대상의 기분을 한 번쯤은 상상해 보는 것. 나는 단지 그 정도로 싫음을 대하기로 했을 뿐이다. 그러고 나서 늘 토하듯 뿜어냈던 싫음의 감정이 얼굴은 찌푸려질지언정 조금은 소화가 되었다고, 단지 그 말을 전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