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거림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前 문화재청장의 책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
문화재청장 시절 각 청장들이 모여서 환담을 나눌 기회가 있었다. 통계청장이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면적이 10만 제곱킬로미터 정도이고, 평수로 약 300억 평 정도입니다. 서울이 약 2억 평, 제주도가 약 6억 평입니다."
산림청장이 나섰다.
"우리 국토의 3분의 2가 산이니까 산림청은 200억 평을 관리합니다."
그러자 경찰청장이 맞받아쳤다.
"우리 경찰은 300억 평 위의 모든 사람을 상대합니다."
해양경찰청장이 질세라 나섰다.
"우리나라의 바다는 국토의 4배이니 해양경찰청은 1200억 평을 관리합니다."
대화가 점입가경으로 접어들 무렵 유홍준 문화재청장에게 질문이 돌아왔다.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것은 5대 궁궐과 40개 조선왕릉이지만 전국에 산재해 있는 국보와 보물뿐만 아니라 300억 평 땅 속에 있는 매장문화재도 관리해야 합니다. 또한 1,200억 평 바다에 수장된 침몰선 200여 척의 수중문화재도 관리합니다. 게다가 천연기념물로 몽골에 가 있는 검독수리, 태국에 가 있는 노랑부리저어새가 잘 있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이쯤 되니 다른 청장들이 두 손을 들고 '문화재청의 업무 영역이 가장 넓다'라고 꼬랑지를 내릴 무렵, 한 사람이 슬며시 일어나 발언했다.
"우리 기상청은 업무 영역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
'인생도처 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다.
세상 곳곳에는 고수가 숨어있다.
#라라크루 #라이트라이팅 #유홍준 #나의문화유산답사기 #나의 인생만사답사기 #문화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