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번에 만나면 뭐하지?”, “낚시 가자.”
“애들은 뭐 하고 놀지?”, “비누 만들기 어때?”
“우리는 술 한잔할까?”, “와인 가져갈게.”
잠잠했던 톡 방에 글이 끝도 없이 달라붙는다.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날은 멀리 사는 여동생네를 오랜만에 만나는 날이기도 해서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다.
“집에 도착했어?”
먼저 도착한 사람은 꼼짝없이 그날의 청소 당번이 된다. 이번 만남에 가장 고생할 사람이기도 하다. 대청소에 파김치가 되어 있으면, 다음 순서가 배턴을 이어받아 주방 정리를 마무리한다.
친정에 올 때마다 오랜만인 딸들은, 집안의 이곳저곳을 봐 드리고 싶다. 특히 늘 부지런히 움직이는 둘째 동생은 달그락달그락 찬장 속 그릇을 정리하고, 냄비뚜껑과 냄비 짝 맞추기를 하고, 대걸레에 청소포를 끼워 거실을 닦는다.
“네 1인 1 역할은 청소야.” 고맙다는 말을 나는 우스갯소리로 대신한다.
나의 능력을 발휘할 ‘큰 언니 타임’은 아빠가 저녁에 술 한잔 드시면 개시된다. 아빠는 해가 어스름해지는 저녁, 맛난 음식을 만나면 소주 한 잔을 찾으신다. 요즘은 몇 개월씩 금주도 하시고 예전처럼 많이 드시지 않지만, 아빠의 소주 한잔은 딸들의 어릴 적 기억을 불러와 살짝 긴장하게 만든다. 제부가 나서서 “건강에 안 좋은데 술 드시지 마시지예~” 하고 만류하지만, 아빠는 ‘한 잔은 괜찮다.’ 하시면서 엄마를 채근해 술 한잔을 얻어내고야 마신다.
소주 한잔 걸친 아빠는 말씀이 많아지신다. ‘건강에 좋은 양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요즘 장사는 안된다. 그래도 아빠는 일할 수 있을 때까지 할 거다.’ 들었던 이야기가 한 바퀴 두 바퀴 자꾸 돌아오면 동생들이 일어선다.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데리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언니 1인 1역은 아빠 이야기 들어주기야.”
둘째 동생이 인정해준 나의 1인 1역. 술 안 드셔도 아빠 이야기 잘 들어드릴 수 있으니, 그런 날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막냇동생은 언니들이 지치면 등판하는 구원투수가 되어 제 몫을 톡톡히 한다. 피리 부는 이모가 되어 조카들을 끌고 놀이터며 커피숍에 한참 다녀와 언니들에게 꿀 같은 쉬는 시간을 준다. 대가족의 저녁상을 물리고 언니들이 지쳐버렸을 때 설거지를 해주고, 엄마 아빠가 잠자리에 드시면 언니들에게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을 권하는 센스 만점 동생이기도 하다.
온 가족이 모이는 일에는 누군가의 수고가 따른다. 그 일을 딸 셋이 나누어서 하니 만남이 즐겁다. 부모님을 부양하는 일에는 힘든 일이 따른다. 딸 셋이 함께하니 어떤 힘든 일도 해낼 수 있다.
“딸이 몇이고?”
“딸이 셋이다.”
우리가 어릴 적 엄마 아빠가 답하셨던 ‘딸이 셋이다.’에 담긴 감정은 아쉬움이었던 것 같다.
엄마 아빠! 지금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