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나 배워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사진이었다.
일상생활 중에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고 있었음에도 굳이 새롭게 사진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 것은 멋진 사진은 좋은 DSLR 카메라와 고급 기술을 통해 찍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실제 휴대폰이나 일명 똑딱이라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 그보다 조금 더 나은 초보용 DSLR 카메라로는 유명 사진동호회 사이트에 올라오는 오메가 일출 사진, 멋지게 비행하는 맹금류 사진, 등은 흉내도 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사이트에 올라오는 멋진 사진을 눈으로만 즐기다가 불현듯 나도 한번 멋진 일출 사진 혹은 멋진 풍경사진을 찍어 봐야 되겠다는 욕구가 생겼던 것이다.
마침, 디자인을 전공한 아들이 학교 다닐 때 사용하다가 집에 갖다 놓은, 나름 괜찮은 DSLR 카메라와 고급 24-70 렌즈가 수년간 방치된 채로 묵혀지고 있었기에 목돈을 들 여 장비를 구입하지 않고도 사진을 배울 수 있는 기본 조건은 갖추어지게 된 것이다.
일반인들이 사진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그 몇 안 되는 방법 중에 가장 확실하게 실력이 공인된 선생님으로부터 사진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은 대학교 부설 평생교육원에 개설된 사진강좌를 듣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위탁한 강사들은 실제 대학에서 사진 강의를 하거나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수업료가 저렴하다고 해서 강의 수준이 떨어지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개설된 강의가 시작되고 오리엔테이션이 있던 첫날, 대학생에서부터 중 장년층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지고 사진을 배우기 위해 모였다. 휴대폰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 사진 촬영기법을 배우기 위해서, 카메라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서, 등 각자 표현은 달리 했지만 종합해 보면 결국엔 사진을 잘 찍고 싶어서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그러나, 강의가 몇 번 거듭되면서 수강을 포기하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의 커리큘럼은 수강생들이 애초에 기대했던 내용과 사뭇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은 교수의 비수를 꽂는 결정적인 말 한마디 때문이었다.
“고급인력인 내가 수강생 여러분에게 카메라 사용법이나 알려주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카메라 사용법은 집에서 사용설명서를 보고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싸늘하게 한마디 던지면서 시작된 첫 강의…
“사진의 본질, 사진은 말(언어)이다. 수강생 여러분은 이제 사진으로 말하는 법을 배울 겁니다...”
강의실내 수강생들 사이에 묘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알 듯 모를 듯 시작한 배움의 길은 수없이 셔터를 눌러 대고 좌절과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이제 겨우 한 발자국 앞으로 발을 내 디딜 수 있게 되었다.
학기 내내 끊임없이 들어온 말 “어떤 것이 좋은 사진인가? 아무리 잘 찍은 사진이라도 이야기가 없으면 결코 좋은 사진이 될 수 없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사진작가의 작품을 눈으로 보라는 것이었다. 스티브 맥커리, 구본창, 아라키 노부요시를 비롯해 후카세 마사히사, 에릭 요한슨 등 난생처음 들어본, 그래서 몇 번이나 듣고도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다 겨우 입에 익은 세계적인 사진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좋은 사진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수시로 웹사이트를 방문해 유명 사진작가의 사진을 감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 스티브 맥커리의 작품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아! 하고 가늘고 희미한 탄성을 내뱉은 일이 있었다. Japan 작품집에 나온 사진 한 컷, 사진을 보자마자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를 한순간에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나의 사진 수업은 깨닫음의 순간을 맞이하면서 좋은 사진에 대해 조금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동시에 유명 사진동호회 사이트에서 봤던 멋진 사진에 대한 로망도 점점 변해가기 시작했다.
대신, 또 다른 욕구가 하나 생겼다. 에릭 요한슨의 동화 같은 사진을 보면서 리터칭을 배우고 싶어진 것이다.
포토샵을 익히고 숙달시켜 리터칭을 일정 수준 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작조차 하지 않고 포기해 버리는 것은 사진을 대하는 나의 진지함을 생각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나의 사진 수업은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될 것이다.
1단계: 사진으로 말하는 법을 배웠다.
2단계: 사진으로 세련되게 말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3단계: 사진으로 스토리를 가지고 세련되게 말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If you wait, People will forget your camera and, the soul will drift up into view.
“만약 당신이 시간의 여유를 가지고 기다린다면 사람들은 당신의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의 영혼이 사진 속으로 떠오를 것이다.” - 스티브 맥커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