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 대한 단상

소나기

by 제프

소나기,

여우 시집가는 날, 놀고 싶어 안달이 난 철부지 어린 농부가 콩 타작할 때 내리치는

천방지축 도리깨질 같이 내리는 비.


한 무리의


작은 조각구름 만으로 애살스럽게 내리는 한 줄기 소나기, 조각으로 내리는 소낙비는 어쩌다 실수로 흘려 떨어트린 비의 신 *우사(雨師)의 콧물 한 방울.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서 가만히 귀 기울여 듣는 낙숫물 소리는 한 여름 소나기가 연주하는 어쿠스틱 기타 음률.



*우사(雨師) : 단군신화에 나오는 비를 주관하는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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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기에 대한 그날의 감정-


그날의 나는 무척이나 힘이 들었습니다. 사소한 오해인 줄 알았는데, 불신의 벽은 점점 높아만 가고, 상식선을 넘어선 당신의 억측에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다만 혼자만이 속앓이를 하면서 침묵하는 수밖에…

그렇게 몇 날이 지나고도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가고 어쩔 수 없이 또다시 다툼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어찌 그리 합니까?’

‘나는 또 어찌해야 합니까?’


그렇게 뛰쳐나와 거리를 걷던 그날의 나는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맞으며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 소나기 -


그 속내를

차마 드러내지 못했다.


처녀의 속살처럼 은밀하게

혼자만이 속앓이를 하면서


무지개를 품고도

끝내 침묵하다가


가슴속 응어리를

폭포처럼 쏟아냈다.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