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R & B 음악처럼 다가왔다.
언제부터 인지, 어디로부터 인지 모르지만 땀 흘리는 농부의 쉰내 나는 어깨선을 따라 그루브를 타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왔다.
가을은 어느 야수파 화가의 캔버스인 것 같다.
화가의 붓끝이 격렬하게 지나간 가을날은
원색의 화려하고 강렬한 색채로 채색되어 세상을 뒤덮었다.
그러나
가을은 이제,
페이드아웃(fade-out)되어 가는 노래의 마지막 소절처럼 한 줌의 여운만을 남긴 채 아스라이 멀어져 가고 있다.
공허한 마음에 창가에 서서 떠나가는 가을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괜한 일에 마음을 쓰고 있던 나에게
어깨를 툭툭 치며 토닥여 주던 친구의 손길이 왜 꼭 가을이 다해가는 이맘때쯤 되어서야 생각나는지…
가을은,
덧없이 남겨진 가을빛은 그리움을 품은 채 계절의 끝자락에서 아쉬운 듯 서성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