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7월 9일
베이징을 떠나 몽골로 돌아갈 시간.
언제 그 먼 거리를 다시 가나 싶었는데 다행히 베이징에서 얼롄까지는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다싱국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를 타러 가는 길.
공항철도 가격은 저렴한 편으로, (약 25위안) 개인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중간에 정차하는 역이 없어 예상보다 더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빨리 도착한 김에 다싱공항 구경하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와 시설에 압도당해 버렸다... 인천공항과 비슷한 수준이라 생각했는데 찾아보니 단일 면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고!!
요렇게 중국의 상징 판다를 딴 귀여운 캡슐 호텔도 있다.
그나저나 수화물 검사하는데 거 너무 빡세게 잡는 거 아닌지? 이제껏 내가 방문했던 국가 중에 가장 엄격했던 것 같다. 심지어 국내선이었는데... 껄껄
색깔 한 번 화려한 중북동방항공 여객기. 디즈니랜드 가는 줄 알았잖아~
약 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얼롄공항에 도착했다. 1시간이면 도착할 거리를 올 때는 꼬박 10시간이 넘게 걸렸으니... 새삼 허탈해지기도 하고,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게 얼마나 편한지 느끼기도 했다. 뭐~ 기차여행도 낭만 있었으니 그걸로 된 거지.
가지고 있는 현금을 털어 공항에서 얼렌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 인당 15위안으로 도착까지 약 40분 정도 소요된 듯하다. 익숙해진 얼롄 시내에 도착했지만, 이후가 문제였다.
그 누구도 어떻게 자민우드(몽골)로 넘어갈 수 있는지 몰랐다... 회사에서조차 돌아오는 방법을 말해주지 않아서 참 난감한 상황. 처음에는 택시를 타고 가면 될까 싶어 길가에 서있는 택시를 타려고 했건만, 갑자기 한 몽골인이 한국말로 말을 거셨다. (나중에 안 사실은, 나와 동기인턴 한 명이 ROKA 티를 입고 있어서 우리가 한국인인지 단번에 아셨다고 하셨다.) 그분 말에 따르면, 택시를 탈 경우 중국 국경 근처까지만 갈 수 있기에 자민우드로 완전히 넘어가기 위해서는 운전해 줄 브로커를 고용해야 한다고...
예?
당황하던 찰나 정말 정말 감사하게도 그분이 아는 브로커를 소개해시켜주셨다. 외국인에서 한국의 정을 느끼다니.
점심 이후 약속된 시간에 호텔 앞에서 브로커를 만나 스타렉스에 탑승하였다. 그런데 1시간이 넘도록 출발하지 않는 차. 어떻게 된 일인고 하니, 탑승할 사람들이 남아있었다. 차는 9인승이지만, 11명 탈 수 있습니다.. 우리를 제외하곤 전부 몽골인이었다.
여자저차 출발한 스타렉스는 드디어 중국 출국사무소 출입문에 도착했다. 차량이 많아서 언제 들어가나 싶었던 찰나 브로커가 차에서 내리더니 검문관에게 달려갔다. 이후, 브로커가 다시 차로 돌아와 앞에 있는 차들을 제치고, 새치기를 하는 게 아닌가. 검문관은 여권을 요구하였고, 탑승객 전원의 여권을 검사하였다. (브로커는 중국, 몽골 이중여권이었다.) 브로커는 검문관에게 우리들의 여권을 강조하며, 한국에서 왔다고 설명하는 것으로 보였다. 검문관은 뒤에 대기하는 차량 앞에 우리 차를 끼워서 통과시켜 주었다.
뭘까? 한국의 여권 파워가 이 정도 수준인 걸까? 어떤 연유에서 바로 통과시켜 준 건지 궁금했지만, 통역해 줄 사람이 없어 물어볼 수가 없었다.
무지개 조형물 뒤에 위치한 얼롄 출국 사무소에 들어왔다. 가지고 있던 짐을 검사하고, 중국 출국 심사를 받았다. 별문제 없이 출국 도장을 받고 나오니 어느새 브로커 형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모두의 짐을 스타렉스에 싣고, 몽골 입국 사무소로 !
차로 5분 여 정도를 가면 몽골 입국 사무소에 도착한다.
다시 무거운 짐을 이끌고, 자민우드 입국 사무소에 들어갔다. 사람이 정말 많아서인지, 수화물이 많아서인지 입국 대기하는데 시간이 꽤 소요되었다. 드디어 입국 심사하는 순간! 어쩌면 이번 비자트립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걱정했었던 순간이었다. 여기서 입국이 거부되면, 남은 해외 인턴 근무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전원 입국이 통과되었고, 상쾌한 마음으로 사무소를 나올 수 있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브로커 형님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경을 넘는 여정이 은근히 길고 고되어서 그런지 브로커 형님을 비롯한 같이 타고 온 탑승객들에게 약간의 정이 들었던 터였다.
가격은 인당 80위안.(위안이 부족했는데 투그릭도 받아주셨음) 출발하기 전에는 마냥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국경을 넘어보니 브로커가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고, 막중해서 자연스럽게 이해되었다. 아마 브로커 형님이 없었다면 우리는 제시간에 몽골로 입국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울란바토르로 가는 기차 출발 전에, 식당에서 간단히 굴라시를 먹고~
4일 만에 만나는 민트색 기차에 탑승!
외관은 분명 올 때와 같은 기차 같았는데, 내부는 왜 다운그레이드가 되었을까? 사생활 보호가 없는 개방된 좌석과 가만있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온도. 에어컨이 없어서 창밖으로 간신히 들어오는 더운 바람으로 버텨야 했다.
화를 다스리고자, 탑승 전에 구매한 캔맥주를 몰래 생수병에 담았다. 맥주 거품을 가리려고, 생수 라벨을 붙이는 정성. 어느새 미지근해진 맥주였지만, 덜컹거리는 기차에서 여행의 마지막을 갈무리하기에 충분했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가는 기차에 누워서 더위를 애써 무시하고 잠을 청해보았다. 이전의 내가 경험하였던 여행과는 전혀 다른 결의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더 특별했다. 여행을 하는 목적도, 교통수단도, 컨셉도... 살면서 이렇게 다이나믹한 여행을 또 해볼 수 있을까? 한 편의 영화 같았던 국경 넘기를 끝으로 무사히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였다. 24살의 나는 어쩐지 이번 비자트립을 통해 더 용감해지고, 대담해진 것 같다. 길이 없다고 생각되면 길을 만들어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