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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방울방울

추상적이고 억센 그 무언가에 대하여

by 윤슬yunseul

해수욕장에서 해파리를 발견하고 소리 지르던 추억, 맨손으로 밤 주우려다 아빠한테 엄청 혼난 때, 크리스마스 아침 받은 크레파스에 그렇게 기뻐했던 기억 그리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새소리에 동트는 것을 구경하던 나날들.


우리는 추억을 뿌리며 하루를 산다. 언젠가 다시 거둬들일 수 있도록 꼼꼼히 말이다. 그리고 그 장소를 지나가면서 "아, 그때 그랬지. 기억나네. 그땐 참 즐거웠는데." 하며 그 순간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대학교 4학기에는 좋아하던 선배와 걷던 길, 함께 술 마시던 포차, 선배와 1시간씩 통화하던 공원을 지나갈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한동안 학교 근처에 있는 것만 해도 고통이었단 적도 있었다.


생각만 나면 참 좋은데, 내가 뿌릴 때의 기분을 함께 들고 오는 아주 기가 막힌 녀석이기에 최대한 좋게 좋게 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걸 어떻게 하냐고? 그러게 말이다. 불쑥 튀어 올라오는 감정들은 나를 쥐고 흔들 때가 많았다. 아직도 선배와 밤새 걷던 그리고 내가 울며 비통해했던 어린이대공원 분수 앞을 가지 못하는 것처럼.


대학은 그만 두면 끝이었고, 사람은 멀어지면 그만이다. 그러나 가족이란 추억은 끝이 없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겐 가족이란 추억은 어떤 감정을 가져오는지 궁금하다. 나에게는 아련하고, 따뜻했던 그러나 세상 가장 춥고 외로운 공간이었다. 사고뭉치, 없었어야 했던 존재로 낙인찍혀버린 억울함도 공존한다. 그러나 그럴만한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누구 하나를 잡고 마녀사냥을 할 수도 없다. 그는 나고 나는 그이기 때문이다.


좋은 추억들을 더 많이 생각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려서 가족에게 공유했다. 그림하나 글자하나에 함께 아름다웠던 나날을 회상하는 시간이 퍽 즐거웠다. 서로의 상처로 인해 아플 수 있고, 원망하는 날도 있겠지만 그 마저도 안아 줄 수 있는 가족, 세상이 다 등져도 나를 안아줄 방공호가 나에겐 더없이 소중하다. 그렇기에 오늘도 나는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내 세상을 지키는 중이다.


달력을 만들어 가족에게 선물하기로 마음먹고 작업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많았고, 기쁨과 사랑이 넘쳤다. 이에 추억의 힘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담은 우리의 추억이 온 집안 가득 퍼져 우리 사이를 갈라놓는 일이 생기더라도 방향제처럼 퐁퐁 터져 아름다운 향기가 그날들을 추억하게 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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