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앙필 Aug 10. 2024

머리에 하루종일 안개가 끼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머리 , 편두통이라는 친구

편두통은 끊이지않는다.


약물과 함께 시작되는 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에 일어나 콘서타와 항우울제를 복용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불면증이 심해 밤에는 수면제를 먹어야 잠에 들 수 있는데, 문득 이런 생활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아침에는 정신을 깨우기 위해 약을, 밤에는 잠에 들기 위해 약을 먹어야 하는 나. 

이 생각이 들자마자, 부정적인 감정들이 폭풍처럼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럴 때면 늘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피할 수 없는 "왜?"라는 의문. 

정신 질환에서 "왜?"라는 이유를 찾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왜 나는 이걸 하고 싶을까?"나 "왜 이런 감정이 들까?"와 같은 질문은 무관하지만, 나의 경우는 부정적인 "왜"였다.


"왜 나는 정상적으로 살아가지 못할까?"
"왜 나는 약을 먹어야만 하루를 버텨낼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나면, 어김없이 편두통이라는 친구가 찾아온다. 

처음엔 그저 불청객 같았지만, 요즘엔 오히려 친구가 된 이유가 있다.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면 그때야 비로소 '이젠 그만 생각하자'며 스스로에게 멈춤을 연습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 질환이 있고, 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신체 질환에 약이 필요하듯이, 나에게도 치료 과정이 필요할 뿐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마치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가 약을 먹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가끔은 마음이 움츠러들 때가 있다. 

지독한 안개 속, 마치 영화 "미스트"처럼 내 뇌가 잠식당해, 어느 순간 안개로 가득 차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는거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들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을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다. 

내 속마음의 1/10만 전해봐도, 항상 돌아오는 말은 "넌 너무 생각이 많아.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그때부터 나는 입을 닫고, 홀로 노트북을 켠 채 글로 마음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한 달 치 글을 모아 읽어보면 내 감정 변화가 보이는 게 흥미로울 때도 있다. 이래서 사람들이 다이어리를 쓰는구나, 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힘든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병동 생활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사람의 생명이 직결되는 현장에서 내가 일을 계속하는 것은 너무 큰 리스크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간호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중에 나에게 가장 맞는 일을 찾아 나섰다.

은 시도 끝에, 나는 QPS 간호사라는 직업을 만나게 되었다.


QPS는 "질 향상 및 환자 안전"을 의미한다. 

병원의 전반적인 질 향상과 환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로, 낙상, 화상 등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병동을 관리하고,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교육과 홍보를 담당한다. 


이 일을 하며, 나는 비로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에 QPS 간호사는 약 1,656명밖에 되지 않는다.

아직 생소한 직업이지만, 나는 이 일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직업을 밝히는 것에 대해 수없이 고민했다. 

ADHD 진단을 받은 내가 간호사로 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당당해지기로 했다. 오히려 ADHD 덕분에 실수하지 않도록 업무 중에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피곤함이 밀려올 때는 잠시 쉬어가며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도 터득했다.


간호사를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이 일을 사랑하기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일을 사랑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자신이 먹고 싶은 것, 하고싶은 것을 참아가며 하나뿐인 손녀를 위해 돈을 을 모아 간호 대학까지 보내준 할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직업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재 비록 직접 환자를 케어하지는 않지만, 그들이 안전한 병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다는 점에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ADHD가 있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지탱하게 해준다. 병원에 들어가면 보이는 '낙상주의', '온수주의', '안전바를 잡고 걸으세요.', '정확한 환자 확인: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등의 부착물들을 볼 수 있다.

그것은 QPS 전담자가 주로 맡고 있는 큰 업무 중에 하나이다.


나의 이야기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전 04화 콘서타와 메디키넷을 만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