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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란 Oct 05. 2022

제품 패키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


주로 택배 배달을  계획이었으므로 포장(패키지) 당연히 파손 위험이 없는 파우치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친환경에 위배되는 플라스틱 사용이긴 하지만, 어쩔  없는 선택이었다. 유리병이 파손되는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여러 파우치 업체와 컨택을 시도했다. 수량은 1,000개 정도 생각했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에 봉착했다. 모든 업체들로부터 최소 주문 수량이 1만 개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럴 수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지금 1만 개를 생산하는 것은 무리였다.



한참 고민했다. 유리병으로 해야 하나. 그렇다면 유리병이 최대한 안 깨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다. 수제 쨈 등을 파는 온라인 상점에서는 패키지를 어떤 식으로 하는지 알아보았다. 요즘에는 뾱뾱이도 친환경 종이로 잘 나와 있었다. 종이 완충재로 감싼 뒤에 구긴 신문지나 종이로 한 번 더 감싸주는 식으로 포장을 했다. 100% 깨지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지만, 이렇게 한다면 유리병 패키지라도 택배 배달이 가능해 보였다. 플라스틱인 파우치보다 친환경 패키지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디자인도 유리병이 훨씬 예뻤다.


멤버십 회원 등 VIP 고객들에게는 단단한 골판지 박스를 예쁘게 디자인한 후, 안에 종이 패드로 유리병을 고정시켜서 배달하기로 결정했다. 골판지 박스는 친환경 크라프트 재질로 제작하기로 했다. 발 빠르게 제작업체를 찾아서 견적을 받고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배달되는 제품을 받고 기뻐할 고객들을 떠올리니 신이 났다.


정말 작은 거 하나라도 처음 계획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처럼 말이다. 계획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계획된 것보다 더 멋있는 모습이 되어가고 있어서 신기하고 뿌듯했다.






유리병도 대량으로 주문했다. 샘플로 주문한 병에 샘플 소스를 만들어 넣으면서 테스트해봤다. 샘플 소스를 집에서 만드는 것도 처음이 힘들지, 점점 익숙해졌다. 가장 손이 많이 가는 공정 부분은 콩단백을 물에 불리고, 분쇄하는 것과 원부재료들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해서 배합하는 부분이었다.


만들어진 소스를 유리병에 담는 테스트를 마친 후, 선택한 유리병에 알맞은 라벨 디자인도 시작했다. 프리랜서 플랫폼 업체에 프랑스 유학 출신 제품 디자이너에게 제품 라벨 디자인을 문의했다.


일이 일사천리로 재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몸은 고되고 생각을 하도 많이 해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신바람이 났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자체에 기뻤다. 그간 나의 마음고생이 싹 씻겨 내려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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