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과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주문 받은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첫 수익이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준비하고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겨우 이거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금액이었지만, 첫 술에 배부르랴! 급히 먹는 밥이 체하는 법이다.
조금씩 판매량을 늘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만의 것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는 것에 큰 기쁨을 느꼈다. 나만의 브랜드를 런칭한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먼, 이제 시작하는 스몰 브랜드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나갈지는 모두 내가 하기에 달렸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 나의 개성과 취향이 담긴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것.
내가 그토록 찾아헤맸던 가슴 설레는 일이었다.
그동안 자가품질검사(*식품 등을 제조가공하는 업자가 자신이 제조, 가공하는 식품 등을 유통, 판매하기 전에 당해 식품 등의 기준과 규격에 적합한지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위해 5개(1킬로그램) 정도의 소량 제품만 생산했었다.
펀딩과 라이브커머스를 통해 주문 받은 100개에 가까운 제품을 생산할 생각에 머릿 속이 까마득해졌다.
그동안 영상 콘텐츠를 만들면서 수없이 요리를 해왔지만, 그 요리를 실제로 먹어본 사람은 나 자신과 가족들 정도였다. 내가 직접 생산한 음식, 제품을 고객들이 먹는다는 생각에 더 긴장했던 것 같다. 두렵기까지 했다.
한꺼번에 대량생산을 하긴 어려울 것 같아서 조금씩 나눠서 며칠간 만들었다. 사람의 입에 들어가는 음식이기 때문에 원재료 관리부터 위생에 철저하게 신경썼다.
모자, 마스크, 위생장갑, 앞치마 등 복장을 갖추고, 떨리는 마음으로 공유주방에서 첫 제품을 생산하던 날!
레시피를 보면서 원재료를 정확하게 계량하고, 냄비에 볶은 뒤에 유리병에 담는 것도 하나하나 내 손으로 직접 했다.
정성스럽게 디자인해서 인쇄한 라벨을 붙이고, 소비기한 날인까지 찍어서 박스에 포장하는 등 일련의 과정을 모두 해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쪽지에 손글씨도 적어서 동봉했다. 제품을 믿고 구매해주신 고마운 분들 아니던가.
첫 제품 생산을 끝내고 차를 타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세상에나, 허리를 구부릴 수 없었다.
고된 육체노동을 하고 났더니 온몸이 뻐근했다. 처음이라 긴장을 많이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몸은 이렇게 아팠지만 마음은 가뿐하고 날아갈듯이 가벼웠다.
그동안 무기력했었는데, 활기가 생겨났다. 운전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 온몸이 쑤셔서 '에고고'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내내 웃으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작지만 의미있는 성취였다.
그동안 고생 많았노라고 나 자신을 다독여주었다.
2년 동안 '케이맛스타'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에서 열심히 활동해왔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매주 최대 2,3개씩 빠짐없이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했다.
150개에 가까운 영상들을 올리면서 묵묵하게 내공을 쌓았다. 이제 숏폼 영상 콘텐츠는 능숙하게 기획, 제작, 업로드할 수 있게 되었다. 콘텐츠를 통한 브랜딩에는 자신 있었다.
그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에 비하면,
구독자나 팔로워 수가 아쉽긴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몇 개월 만에 영상 몇 개로 떡상했다는데.. 난 긴 시간을 들여 많은 영상을 들여서 해왔는데, 결과물은 고작 이거인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남들과 비교하며 좌절하기도 했다.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만해야하는 거 아닐까 고민했다.
'케이맛스타'를 나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며 채널을 키웠지만, 계획과는 다르게 '채식한입'이라는 F&B 브랜드를 런칭하게 되었다.
이제 나의 시간과 노력을 새로 런칭한 브랜드, '채식한입'에 집중해야 했다.
그렇다면 케이맛스타는 어떻게 되는걸까.
그동안 많은 정성을 들였기 때문에 선뜻 내려놓을 수 없었다.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다.
실패라는 한 단어로 규정 짓기 싫었다.
케이맛스타 활동을 통해 안전하게 내공과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채식한입도 탄탄한 기반 위에서 탄생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것은 실패가 아니라 '과정'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었다.(케이맛스타는 회사 이름이 되었다.)
유명한 콘텐츠 크리에이터나 온라인 셀러가 될 줄 알았지만 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케이맛스타로 활동해온 시간과 노력은 의미있는 것이었다.
하나의 싸이클을 마무리한다는 것이 아쉬움과 미련으로 인해 정말 어려웠다. 그렇지만 비워야 채워지는 법이다. 이것을 잘 마무리 지어야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 있다. 이제 새로운 시작에 집중해야 할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