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했다, 팝업 레스토랑!
제품을 출시하고 나서 브랜딩, 마케팅을 위해
온라인 SNS 계정을 열심히 운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채워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고객님들과 온라인상에서 댓글, dm 등을 통해 열심히 소통을 해왔지만 비대면 온라인 소통에는 늘상 한계가 있었다.
라이브를 진행해봐도 온전한 쌍방소통이라고 할 수 없었다. 소통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던 것 같다.
고객님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브랜드들마다 오프라인에서 팝업 스토어를 여는 것이 마치 필수이자 트렌드인 것 같은 분위기이기는 했다.
그렇지만 그런 트렌드를 따른다기보다는
뭔가 고객들과 진정성이 담긴 소통을 하고 싶었다.
대기업이 할 수 없는 1대1 소통, 밀접한 소통은 스몰 브랜드일수록 더욱 잘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성향이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말이다.
2023년 들어서, 그동안 절대로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가 서서히 종식되어가고 있었다.
코로나는 이제 독감처럼 익숙한 질병이 되었다.
이제 조금씩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고,
오프라인 공간에도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활력이 생겨났다.
나도 오프라인 이벤트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요리를 전공한 셰프 출신은 아니지만, 팔로워님 한두분만을 위해 정성스럽게 음식을 대접해드리는 프라이빗 레스토랑을 떠올렸다.
오프라인 공간대여를 위해 인터넷에 '공유주방'을 검색했다.
요즘에는 친구, 연인, 가족들끼리 오붓하게 음식을 요리해서 먹을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해주는 곳이 꽤 많다. 조리도구, 기본적인 조미료, 접시 및 식기류 등이 구비되어 있어서 요리 식재료만 준비해가면 원하는 음식을 요리해서 먹을 수 있다.
가까운 곳에 적당한 크기와 깔끔한 인테리어, 합리적인 가격대의 소셜주방을 발견하고 예약까지 완료했다. 그런 다음에 SNS 계정에 프라이빗 레스토랑 이벤트 홍보 게시글을 올렸다.
'오직 한 분만을 위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이었다.
친구나 연인 1명까지만 동반할 수 있도록 했다.
메뉴는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프랑스 음식, '갈레뜨'로 결정했다.
만들기 크게 어렵지 않았을 뿐더러, 이번에 출시한 볶음고추장 소스를 활용해서 매콤버전의 갈레뜨를 만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이벤트 당일, 어찌나 떨리던지!
전날에 메뉴 연습도 해보고, 식자재도 빠짐없이 챙기느라 정신 없었다. 그런데 실제로 고객을 대면해서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내어드린다고 생각하니까 처음에 자신감 넘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긴장되고 불안한 마음이 더 커졌다.
고객님이 도착하기 전에 공간에 온기가 감돌수 있도록 히터를 틀고, 블루투스를 연결해서 듣기 좋은 음악을 재생해놓았다.
앞치마를 두르고 떨리는 마음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고객님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떨리는 마음은 쏙 감추고 최대한 밝은 표정과 목소리로 응대하려고 노력했다. 온라인에서만 뵙다가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얼굴을 뵙게 되다니!
30대 초반의 여성 두 분이 들어오셨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미리 만들어둔 볶음고추장을 활용한 기본 갈레뜨를 먼저 내드렸다.
다들 일반적인 갈레뜨를 떠올리면서 먹다가 기본 소스로 바른 볶음고추장의 매콤한 맛에 '약간 의외다'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아이스크림을 얹은 디저트 느낌의 블루베리 아이스크림 갈레뜨까지 내어드리고 두 분만의 공간에서 프라이빗하게 드실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드렸다.
근처 카페에서 잠깐 커피 한잔을 하고 돌아오자 식사가 다 끝나 있었다. 가시는 길에 볶음고추장 제품 선물도 드리면서 이벤트를 마무리지었다.
브랜드 경험이 제한적인 온라인에 비해 오감체험이 가능한 오프라인 이벤트는 고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어서 요즘 많은 브랜드들이 선호하고 있다.
그런데 고객들뿐만 아니라 이 이벤트를 준비하는 나 역시도 이번 팝업 이벤트를 통해 오프라인의 매력을 한껏 느껴버린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팝업 레스토랑 이벤트를 연달아 한 번 더 추진하게 되었다.
두번째 이벤트에서는 20대 여성분들이 찾아와 주셨으며, 메뉴는 오픈 샌드위치 2종이었다.
마찬가지로 볶음고추장 소스를 약간씩 활용해보았다.
이때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인스타나 블로그에 이벤트 후기를 남겨주셨다.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인스타 등에서 연락을 지속적으로 유지해가고 있다.
온라인에서 나름대로 정성을 쏟아서 소통을 하려고 했지만 고객들을 브랜드의 찐팬으로 만들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온라인에서의 몇 십 번의 소통보다 오프라인에서의 찐한 1번의 소통이 더욱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