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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사과 Oct 19. 2022

시크릿 가든의 블로시파를 찾아서

정말 작고 귀여운 꽃 시파(sippa)



시파(sippa)는 정말 작고 귀여운 스웨덴 꽃이다. 학명은 hepatica nobilis, 한국에서도 자라는 노루귀의 한 종류다. 다양한 색의 꽃이 피며 색에 따라 스웨덴어로는 블로시파 (파란색, blåsippa), 비트시파 (흰색, vitsippa), 귤시파 (노란색, gulsippa) 등 이름이 달라진다. 쨍하게 예쁜 파란빛의 블로시파는 스웨덴에서도 귀중한 꽃이어서 함부로 꺾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카펠라고든에서 욀란드 섬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무성하고 잘 보존된 자연을 볼 수 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알바렛으로 지정된 곳이기 때문이다. 날씨 좋은 주말, 블로시파가 가득 피는 알바렛의 숲을 찾아가기로 했다. 고속도로 한쪽에, 자칫하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곳에 입구가 있어서 우리끼리 시크릿 포레스트라고 부르는 곳이었다. 동화 속 나라 욀란드의 비밀 정원에 놀러 가는 것처럼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떠났다.


시크릿 포레스트는 욀란드의 두 마을 Vickleby와 Resmo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학교로부터는 약 5km 정도 떨어져 있다. 멀지 않은 거리지만 우리는 언제나와 같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나를 포함해 몇몇은 자전거를 가지고 갔다. 자전거가 없는 친구들을 위해 타지 않고 느긋하게 양손으로 끌고 가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다.



두 마을의 경계선을 나타내는 돌로 만든 이정표가 보이면 다 온 것이다. 이정표 뒤로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인 Alvaret이 보인다. 이 옆에 바로 블로시파가 피는 시크릿 포레스트가 있다. 몇 달 전 스웨덴 잡지에 시크릿 포레스트가 소개되어서 더 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었다며 친구들이 아쉬워했다. 그런데 들어가는 입구에서 표지판을 발견했다. 오래됐지만 확실히 이 숲을 가리키고 있었다. 사실, 우리끼리만 비밀이었지 원래 알려진 곳이었을 것이다.


길이 좁아 한 명씩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나란히 줄지어 좀 더 들어가니 이끼가 덮인 키 큰 나무들이 있는 숲 속이 되었다. 우리 말고도 블로시파를 보러 오는 사람이 꽤 오는지 누군가 지나다닌 흔적이 보였다.



블로시파다!

파울라가 외쳤다. 발 밑에 삐죽삐죽 솟아 나온 작은 보라색 꽃이 바로 블로시파였다. 색도 모양도 정말 예쁘고 귀여웠다. 스웨덴어로 블로 (Blå)는 파란색이란 뜻인데 실제 블로시파는 보라색에 가까웠다. 이름과는 다르게(?) 이렇게 귀여운 꽃은 처음 본 것 같다. 연보랏빛 블로시파도 있고 핑크빛 블로시파도 종종 보였다.






계속 트레일을 따라가며 쭉 걷다 보니 언덕 아래로 내려오게 되었고 드넓은 풀밭이 기다리고 있었다. 풀밭인데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더라니, 우리나라 시골 논밭 풍경을 닮았다. 멀리 보이는 전봇대도 고개 숙인 벼가 가득한 논밭 옆길에 우뚝 선 전봇대 같다. 이웃나라 일본도 한국과 비슷할 것이다. 역시나 일본 친구들도 여기는 일본의 자기 동네 같다며 웃었다.


풀밭으로 내려오자 블로시파도 드문드문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날씨가 금세 추워져서 블로시파와 귤시파 사진을 마지막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헨니와 함께 자전거를 탔다. 헨니는 배고프다며 앞에서 씽씽 달려가버렸다. 카펠라고든 주변에는 피지 않는 블로시파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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