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줄게. 괜찮아.
- 눈을 감으면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면서 잠을 잘 수가 없어. 그러다 어떤 날은 그냥 쓰러져 잠들기도 하거든? 근데 어김없이 중간에 깨서 밤을 꼴딱 새워.
- 수면제는 계속 먹고 있는데 똑같아?
- 응. 약 먹으니까 좀 낫긴 한데 그래도.
-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니까. 나도 우울증 몇 년 앓았는데, 실은 그때는 우울증이 그렇게 심각한 병인지 잘 몰랐던 것 같아.
워낙 쾌활한 성격이고 보이는 행동에 티가 안 나니까, 가족들도 모르고.
다행히 나는 애가 있어서 그나마 그 애가 나를 살렸지 싶어. 애엄마라는 책임감이 살게 만들더라고.
잠잘 때뿐 아니라, 평소에도 계속 불안했어.
문제는 그 불안하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모르는 척하고 불안감을 피하려고 했던 것 같아.
우울증 치료를 다니면서 그 문제를 직시하고 맞서 보니까 오히려 덜 두렵더라고.
혼자서는 도저히 그럴 엄두가 안 났었거든.
그런데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들 몇몇 만나보면서 내 이야기를 말로 끄집어내다 보니까 속도 후련해지고 방법도 찾게 되더라고.
자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너무 가슴이 콩콩 뛰고 힘들면 큰 숨 쉬기를 했어.
지금도 그래.
눈 뜨고 있는 시간에도 갑자기 스트레스가 몰려온다거나 불안감이 찾아오면 곧장 큰 숨을 쉬어.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가.
하고 싶은 만큼, 여러 번, 반복해서.
물 마실 여유도 있으면 따뜻한 물도 마시고.
네가 정신과 의사 만났다고 했을 때 솔직한 내 마음은 정말 안심이 되더라.
사람들 사는 거 다 똑같잖아.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들 힘든 거, 자기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거, 다 똑같잖어.
요새 나 잘 때 양 옆에 보들보들한 인형 두 개 안고 자. 그럼 마음이 편안해지더라.
잠잘 때 도움 되라고 마그네슘도 먹고 바나나도 먹고 수면 유도 음료도 마시고 그래.
와인도 반 잔 정도 마시기도 하고.
잠 못 자는 거, 병이라면 병인데.
병 있는 거 뭐 어때.
그리고 그 병 안 나으면 어때.
약 무서워 말고 그 병도 잘 돌보면서
그렇게 잘 살아가면 되는 거지.
나는 종교생활을 안 하거든? 왜냐하면 그건 정말로 내 인생의 마지막 보루라서야.
약도 뭣도 다 소용없을 때,
마지막으로 신을 믿어보려고.
너무 힘들면 나한테 전화해. 들어줄게.
힘내라고 안 할 게.
너만 힘드냐고 타박하는 인간들, 내가 다 응징해 줄게. 너 충분히 잘하고 있고 정말 다 괜찮아.
괜찮아질 거라고 말 안 해. 지금 그대로 아주 괜찮으니까.
괜찮아.
정말로.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