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준비가 안 됐다.
- 차장님, 저.. 큰일이에요.
결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 왜, 무슨 일 있었어? 상견례했잖아.
식장 잡는다더니!
- 집을 못 사서요.. 너무 비싸요.
요즘엔 집 못 사면 장가 못 가나 봐요.
- 결혼할 때 집 고민이 크긴 하지. 에휴.
그래도 대출받고 모은 돈 합치면 서울에 전셋집은 충분히 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 집 사서 시작해야 하니까..
여자친구가 지금 일 쉬고 있어서 뭐 내년이나, 흠. 모르겠어요.
시간은 가는데..
여자친구가 일을 안 하고 싶어 해요.
지금으로서는 대출 영끌해도 십억인데,
그 돈으로는 살 집이 없어요.
- 십억?
그 돈으로 살 집이 없다고?
엄청 눈이 높네. 십억으로 살 수 있는 집 서울에 엄청 많아. 대체 어떤 집을 사려고 십억으로도 부족하다는 거야?
그거 여자친구 의견이구나.
그래, 집이 너무 중요하지.
나 결혼하고 얼마 안 돼서 벼락거지라는 말이 생겼거든?
진짜 열심히 일하고 적금 모으는 나 같은 사람들이 순간, 거지가 된 느낌인 거야.
부동산이 너무 올라버려서.
그때 영끌해서 샀으면 지금 훨씬 수월할 텐데 참 아쉽긴 해.
그래도 집 때문에 결혼날짜를 못 잡는 건 좀 슬프네.
둘이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면 뭔들 못 해결할까,
빚은 같이 벌어서 열심히 갚으면 되는데,
지금 예산이 문제가 아니라,
여자친구가 갑자기 일할 마음이 없는 게 더 문제 같아 보이는데?
와이프 일 안 하고 전업주부로 살게 해 주고 싶으면 네가 더 뛰어나든지,
아니면 집 보는 눈을 낮춰야지.
넌 결혼은 조건이라고 생각해서 선 보고 만난 거잖아.
처음에 네가 고려했던 조건들을 지금쯤 한 번 다시 생각해 봐.
돈이 준비가 안 된 게 아니라,
다른 준비가 안 된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