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만이 엔터테이닝은 아니다.
- 줄 서서 먹는 데는 안 가.
- 그래도 그 집 정말 맛있어요. 제가 요즘 리스트를 짜고 있어요. 제대로 먹어 보려고요.
- 대단하다. 되는대로 다녀도 맛있는 데 많아. 먹는 것까지 계획하면 너무 피곤하지 않냐고.
-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요즘에는 이게 놀이라고요. 데이트하거나 친구들 만나서 맛있는 거 먹는 거요.
근데 말이 나와서 하는 건데, 친구들끼리 맛집투어 하는 것도 가끔 허무한 생각 들 때가 있어요. 아무리 유명한 집 기다려도 먹고 나면 끝이잖아요?
게다가 SNS나 소문만 믿고 1시간 넘게 기다려 먹었는데 실망한 경우도 많거든요.
마치 2~3시간 릴스 보고 나서 내가 왜 그랬지? 하는 것처럼 왠지 모를 공허감 생기더라고요.
근데 또 딱히 맛있는 거 찾아다니는 거 말고는 뭔가 재밌는 게 없어요.
돈만 많으면 재미있는 거 많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사정이 안 되고.
- 젊을 땐 뭘 해도 재미있고 좋기만 할 것 같은데, 벌써 허무하다는 말을 하다니.
요즘 사람들 사이에 러닝이 엄청 유행이던데, 달리기 하는 친구들 있지?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상허하실'이라는 말이 있거든?
다리를 튼튼하게 하면은 머리가 저절로 비어진다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은 다리를 움직이면 사라진다는 거.
요즘 젊은이들이 러닝크루 모으고 같이 새벽이든 밤이든 모여서 뛰는 거 난 참 보기 좋더라.
한 켠에서는 나쁘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엄청 생산적이고 진취적인 행동 같아서 좋더라고.
어차피 그거 안 하면 방구석에서 릴스나 돌리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평소에 운동 전혀 안 하다가 너한테 갑자기 러닝 모임에 나가라는 건 아니고,
그냥 가볍게 다리를 좀 더 써 보는 거 권하고 싶어.
꽉 찬 에스컬레이터랑 텅 빈 계단이 같이 있으면 계단으로 한 번 가 봐.
그렇게 몇 번 하다 보면, 다리에 힘이 생겨.
성큼성큼 올라서 에스컬레이터 탄 사람보다 먼저 도착하면, 그거 참 별 것도 아닌데 꽤 성취감 들고 기분도 좋아.
집에 가는 길도 항상 다니는 길 말고 너 좋아하는 맛집 찾아다니듯이, 한 번 돌아서도 가 보는 것도 좋고.
버스 정류장 한 정거장 정도는 일부러라도 한 번 걸어보고 말이야.
머리가 맑아지면 시야도 같이 넓어져.
네가 지금 하고 싶은 게 없고,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다고 하지만,
시야가 넓어지면 세상이 같이 달라지지.
엘리베이터 타고 한참만에 올라오는 할머니도 눈에 들어오면,
나의 튼튼하고 젊은 두 다리가 고마워질 거야.
움직이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연스레 보이는 거니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말고.
한 계단씩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