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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노을 Jan 02. 2024

엄마 나 상 받았어

클래스 101 연금 에세이 공모전 본상수상

사랑하는 일에 대한 짧은 에세이와 1년 연금사용 계획서를 제출했는데 클래스 101 1년 연금 공모전에서 본상(10명)을 수상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다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삶!! 생각만 해도 너무 멋진 일입니다. 올해는 굿즈 사장님이 되는 쪽으로 포지션을 잡았는데, 이 계획서에 조금씩 궤도를 수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지표가 되어 줄 것 같습니다.


굿즈 사장님 되기


글쓰기로 상을 탄 것은 3번째입니다. 그때마다 사실, 엄마에게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에세이의 전문을 보면 팔순이 넘은 엄마가 미안해하실 것 같아서입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오빠가 두 명 있는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엄마는 늘 오빠들 걱정이 많으십니다. 그래서 엄마에게 "나는 알아서 잘 살 테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라고 말했던 것이 마지막으로 내가 기댈 수 있는 곳마저 스스로 포기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어요. 엄마에게는 평범하고 무탈하게 잘 지내는 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차마 상을 탔다고 말씀을 드릴 수가 없었나 봅니다.


언젠가 더 성공해서 보란 듯이 "엄마, 나 상 받았어"를 외칠 수 있는 날이 곧 오길 고대해 봅니다. 그때까지 지금처럼 배움을 놓지 않고 수영하시면서 건강하게 계셔만 주시길... 고단한 당신의 삶에서 일찍 독립해 버린 막내딸이 바라는 마지막 소원입니다.






공모전 에세이 전문



내 꿈은 만화가 그림을 그리는 게 어릴 적부터 너무 좋았습니다. 만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6살 오빠를 찾으러 간 만화방에서 캔디캔디를 보고 나서부터였습니다. 아버지의 잦은 음주로 인해 집은 언제나 지옥이었고,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면서 늘 우울했습니다.


그러나 만화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꿈꾸게 했어요. 화려한 의상, 꽃미남, 꽃소녀의 행복한 결말 등 현실과는 상반되는 이런 멋진 세상을 내가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만화의 세계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손녀에게 할머니는 뒷면이 깨끗한 신문 전단지를 모아 실로 묶어 연습장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덕분에 매일 그림 연습을 할 수 있었답니다.


중학교 때부터 스토리를 쓰고 연습장에 칸을 만들고 만화를 그려 학교 친구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연재를 시작한 것이죠. 친구들은 내가 그린 만화를 돌려보며 연습장 맨 뒷장에 응원의 글을 적어 주었습니다. 누군가 나의 이야기 나의 그림을 기다린다는 것이 너무 행복해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제 꿈을 지지해 주지 않으셨고, 미술 학원을 갈 수 있는 형편은 되지 않은 현실에 빠른 취업이 가능한 고등학교로 진학을 했습니다.


고등학교로 진학 후에도 그림에 대한 미련이 컸기에 그 당시 만화잡지에 실린 만화 동아리 모집을 보고 동아리에 가입하고 그 친구들과 함께 꿈을 키워갔습니다. 시간이 지나 취업의 시기가 다가오고, IMF로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가정 형편이 더 나빠지게 되어 점점 꿈과 멀어졌습니다. 월급은 대출이자와 생계자금으로 들어갔고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여유 자금은 없었습니다.


취업을 했어도 그림 그리는 친구들과 가까이 지내며 만화 원고를 그리고 공모전에도 도전해 보기도 하고 문하생으로 갔다는 친구의 이야기도 부러워했지만 결국 현실은 꿈과 더 멀어질 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일을 해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것에 죄책감 들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누군가 나를 지지해 주었다면, 내 인생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 커져갔습니다.


결혼생활 또한, 서울 옥탑방에서 시작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워킹맘으로 일하며 아이들을 챙기기에 바빴습니다. 가난은 결혼 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녔고, 꿈은 언제나 무지개, 유니콘같이 손에 닿을 수 없는 환상처럼 느껴졌습니다. 4년 전 크게 우울증을 앓고 결국 내 삶은 그림과 함께 해야 충만하고 빛나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돌아서 왔지만 그 시절 소녀는 이제 다시 꿈을 꿉니다.


무지개 유니콘과 함께~

난 이제, 무엇이든지 될 수 있고, 어디든지 갈 수 있어~!


내 꿈의 지지자는 바로 내가 되기로 마음먹고, 오랫동안 해왔던 웹디자이너라는 생업을 점점 줄여가며 그림으로 영역을 확장해 갔습니다. 나의 꿈을 지지해 주지 않는 친정식구들과 남편에 대한 원망이 컸지만, 4년 넘게 감사일기와 긍정 확언을 하며, 지금이라도 그림을 그릴 수 있음에 매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울증에 늘어져가는 나를 붙잡고 한 없이 부족하지만 한 컷이라도 그릴 수 있어 감사하며 매일 울면서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후 여러 개의 이모티콘 승인을 받고, 차즘 그림도 손에 익어갔습니다. 그 후로 3년 만에 일러스트레이션 페어에 참여를 하며 친정식구들과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열열한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현재는 출간작가, 브런치와 인스타그램에 에세이툰을 연재하고 있으며 서울시 공공기관에서 이모티콘강사로 출강하고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늦은 때란 없는 것임을 내가 내 꿈의 지지자가 되어서 어떤 일이 생겨도 내 꿈을 지키고 함께 늙어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렇게 '클래스 101 1년 연금'에 도전하는 것도 내가 내 꿈을 더욱 굳건히 지켜가기 위해 용기를 내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내 꿈을 두고 흔들지 못하게 내가 나의 1호 팬이 되어 응원하고 지지하며 단단히 내 안에 뿌리내리고 싶습니다.




나의 1 호팬은 나❤

언젠가 클래스 101에 강의하는

그날을 고대하며!!


@mimir_kim  


클래스101 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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