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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길

여름의 화려함이 지나간 자리

by 영롱한 구슬

들풀 사이로 걸었다

보랏빛 별꽃들이 소리 없이 피어났다

그 이름은 "벌개미취"였다

"보랏빛붓들레아"와 함께였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아도

그 들은 해마다 이 맘 때면 나와 만난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가을 길로 향하는 길목에 서서

보랏빛 향내를 풍기며

가을의 문을 쌀짝 열어 준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힘들지?"

잎 들 이 고개를 흔들며 조용히 피어나며

'괜찮다'라고 말하였다


여름의 화려함이 지나간 자리에서

벌개미취는 한 걸음 늦게 피어났다

여름의 끝자락 가을을 맞이하며 그의 마지막

보랏빛은 화려하지도 않았고 그 향기도 짙지 않아서

오래 기억이 되었다


나는 생각하였다

사람의 마음도 이 보랏빛 꽃들같이 조용히, 피어나는 마음씨를 갖고 태어났으면 좋겠다

꺼지지 않는 향기로 피어나서 지고지순한 향기를 머금은 마음을 간직하기를..


기도말을 하였다


보라꽃들이 나를 향하여 손짓하였다

우면산 둘레 길 작은 연 못에 피어 있는 보랏빛 붓들레아

나는 한 마리의 꽃나비가 되어 날아올랐다

그들의 꽃 잔치에 초대되었던 것이다

나는 꽃내음을 마시며 그들의 보랏빛 들판을 마구 날아다니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햇 살이 기울자

그들의 풀꽃 위에는 이별의 이슬이 맺혔다


#우면산 둘레길#

#가을 길 #

#보랏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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