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신자는 아무나 되나? (1)

높은 진입 장벽

by 계쓰홀릭


5년 전 멈춘 성당 홈페이지

올해 초, 휴직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신앙생활을 시작해 보고자 마음먹고 우리 동네 성당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가 보았다. 홈페이지에는 최근 소식이 하나도 없어서 의아한 마음에 우리 동네 사람들이 즐겨 찾는 N 카페에 들어가서 키워드에 '성당'을 넣어보고 의문이 풀렸다. 성당 커뮤니티는 D 카페에서 운영되고 있다는 내용이 있어, 십 년 넘게 로그인하지 않았던 D 사의 계정을 찾아 접속해 보았다. '주보'는 꾸준히 올라오고 있었고, 행사 사진도 드문드문 보였다. 매주 발행되는 성당의 소식지인 '주보'에는 3월부터 시작되는 어린이 주일학교에 등록할 학생을 모집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실려 있었다. 요즘 더 대중적인 N 카페를 사용하지 않고 D 카페까지 찾아가게 한 것부터 왠지 마이너적인 감성이 느껴졌다. 덕분에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대학 시절 동아리 카페와 과 동기 카페도 둘러보긴 했지만 말이다.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싶어 성당 대표 번호로 전화해 보았지만 매번 걸 때마다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일단 두 아이가 다 초등학생이니 어린이 주일학교에 등록하면 된다는 건 알겠는데, 3학년 이상 아이들은 '첫 영성체'를 신청해야 한다는데 그게 뭔지 몰라 검색을 해보았다.


○ 첫 영성체란?
“첫 영성체”는 어린이가 유아세례를 받고 처음으로 성체를 영하는 것입니다.
10세 전후(초등3) 나이에 신앙 교육과 첫 고백을 거쳐 성찬에 초대됩니다.
○ 첫 영성체 교리는?
첫 영성체를 위해 자녀들을 반드시 주일학교에 보내야 합니다.
겨울방학 또는 3학년이 되는 새 학기에 첫 영성체 교리가 준비됩니다.
교리 기간은 대략 한 달간입니다. 자세한 일정은 본당 주보나 홈페이지에 공지됩니다.
○ 아직 세례 받지 못한 초등학생은?
초등학교 3, 4, 5, 6학년 어린이의 세례와 첫 영성체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부모는 조당 여부와 관계없이 어느 한 편이 세례자면 됩니다.
미처 세례 받지 못한 어린이도 주일학교에는 보내야 합니다.

(출처 : 버드내성당 홈페이지 ‘교회상식’ 게시판)


남편에게 관련 내용을 전송하며 - 주일학교와 첫 영성체 - 두 개의 계좌에 각각 입금할 금액을 알려주었다. 마침 첫째가 3학년에 올라가는 해여서 올해 나의 휴직 기간이 성당에 입문(?)할 최적의 시기라는 설명과 함께.


등록 먼저, 고민은 나중에

그날 저녁 식탁에서 ‘아이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이렇게 덮어놓고 등록부터 하는 게 맞냐’고 남편이 물어왔다. 일단 보내보고 아이들이 잘 다니면 좋고, 영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면 되는 거 아니냐고 쿨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처음 성당에 가기로 한 날의 하루 전날, 저녁 식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중대 발표를 전했다.

"얘들아, 우리 가족은 내일부터 성당이라는 데를 다니기로 했어. 하느님을 믿으면 교회나 성당을 다니고, 부처님을 믿으면 절에 다니거든. 우리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성당에 열심히 다니시고 아빠도 성당에 다녔었는데, 이제 너희가 좀 컸으니 초등학생들이 성경공부 하는 주일학교라는 데를 가볼 거야. 토요일마다 4시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적응해 볼 거야."

의견을 묻는 건 아니었고, 통보(?)에 가까웠는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흔쾌히 사실을 받아들였다.


주차는 어디에 하는지, 미사는 몇 시간 정도 소요되는지, 이런저런 검색과 로드뷰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시간에 맞춰 성당에 도착했다.


야, 너도?

3월 첫 주의 토요일, 성당은 난방을 잘 안 해서 추울 거라는 남편의 우려와 달리 적당한 온기가 느껴지는 성당의 공기가 마음에 들었다. 주일 학교 선생님으로 보이는 분들이 대성전 긴 의자에 학년별 구분 표식을 놓으시자 몇 아이들이 익숙한 듯 학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리 아이들도 각각의 학년 자리에 앉히고 부모들이 모여있는 뒷자리로 돌아와 자리를 잡았다.

4시 정각이 되자, 신부님과 복사단들이 정해진 의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뭐가 뭔지 모르지만, 아이들에게 친근만 말투로 인사를 건네시는 신부님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지하게 성경 구절을 풀어 쉽게 설명해 주셨다. 미사를 마치자 담당자로 보이는 분이 마이크를 잡고 전달사항을 말씀해주셔서 귀를 기울였다. 아이들만 선생님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 교재를 받고 교리수업을 듣는다고 해서 부모들은 1층 카페 공간에서 기다리게 되었다. 어리둥절함과 설렘이 교차하는 가운데, 누군가 알은체를 하며 다가왔다.

"OO이 엄마!" "어머, ㅁㅁ이 엄마 아니세요? 성당 다니세요?"


놀랍게도 첫째 아이 학교 친구 둘에 유치원 친구 하나가 3학년 첫 영성체반에 함께 앉아있었고, 둘째 아이의 어린이집 시절 친구도 주일학교 1학년에 등록한 것이었다. 어쩐지 아이들이 첫날부터 엄마아빠는 안중에도 없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려가더니만, 아는 친구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그랬던 모양이었다.

삼삼오오 서서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 빼고는 모두 모태신앙이어서 이미 유아세례를 받은 엄마들이었다. 내가 성당에 오게 된 사연을 이야기하자 - 그중 두 가족은 아빠가 비신자여서 - 가족이 모두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부럽다고들 했다. 딸아이의 절친인 지유(가명) 엄마는, 성당에 가기 싫다고 갈까 말까 고민하던 아이가 성당에서 우리 딸을 발견하자마자 냅다 달려가며 "엄마, 나 성당 좋아! 열심히 다닐게!"라고 외쳤다고 했다. 신앙이 뭔지는 몰라도 우정은 확실히 아는 어린이들이다. 생일파티 등에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도 나누었지만 서로 종교는 몰랐기에 낯선 성당에서 만난 반가운 사람들이 마치 서프라이즈 선물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주님의 선물일지도 모르고.


기다림도 주님의 뜻

나는 아직 신자가 아니고, 올해 휴직한 김에 세례를 받으려고 한다니까 사무실에 가서 '예비신자 교리'를 신청하라고 했다. 사무실에 가서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하며, 언제쯤 시작되는지 여쭈어보니 아직 정해진 것이 없고 연락을 기다리라고만 하셨다. 3월에 서류를 제출하고 계속 연락을 기다렸는데 4월 말까지도 응답은 없었다. 토요일마다 사무실에 들러 여쭤보는 것이 귀찮을 것도 같아서 주변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원래 성당이 하는 일이 그런 식이예요. 언젠가는 오겠지 하고 기다려보세요.'라고 대답했다. 이것도 다 주님의 뜻이려나? 응답을 기다린다고 하는 건가?

바티칸까지 내 서류가 우편으로 도착해서, 이탈리아 공무원들이 '주토피아‘의 나무늘보처럼 일처리 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측근을 통해 알아보니 지금 막 마무리된 예비신자반이 있어서, 다시 적정 인원을 모아 시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했다. 두 달간 어린이 미사를 따라다니면서 눈치껏 미사를 지켜보다 보니 각 과정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기 시작했다. 예비자 교리에서 가톨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리라 기대하며 우선 아이들의 적응을 돕고, 첫 영성체반 부모들을 위한 '부모 교리'와 아이들을 위한 작은 봉사활동들을 먼저 시작하게 되었다. 주님의 다소 느린 응답을 기다리면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말이다. 도술을 배우러 스승님을 찾아간 머털도사가 몇 년 간 심부름만 하며 투덜대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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