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은 공립학교 같아

교회는 사립학교인가?

by 계쓰홀릭


결혼한 후 시어머니께서는 우리 가족이 언제쯤 성당을 다니기 시작할지 늘 궁금해하셨다. 꼭 다니라고 강요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너희 동네에서는 아마 OO동 성당 다닐 텐데 한 번 알아보거라

사는 동네에 따라 다니는 성당이 정해지는 건 몰랐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신기했고, 정말 어머님 추측대로 우리 동네는 OO동 성당 소속이었다. 마치 프랜차이즈 치킨집에서 지점별로 어느 동네까지 배달할지 정해서 나눠갖는 것처럼 신자를 구역별로 나눠갖는 것 같았다. 어머님께서는 종종 당신이 다니시는 성당에 '새로 오신 신부님'에 대해서도 말씀하셨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신부님, 수녀님은 성당에 공무원 발령받듯 배치되고 일정한 주기로 옮겨 다니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웃 동네에 사는 친한 후배에게 내가 요즘 성당에 다니게 된 사연을 이야기했더니, 본인도 시댁이 독실한 천주교여서 결혼 전에 세례도 받고 혼인성사를 했다며 반가워했다.


- 언니 그럼 무슨 성당 다녀?

- 응. 너네 동네랑 같을 거야. OO동 성당.

- 아, 그쪽 동네도 여기구나. 주소 따라서 다니는 게 꼭 공립학교 같지 않아?

- 오 그러네! 공립학교 같네. 그러면 교회는 사립학교인가?

- 그러게. 교회는 이사 가도 멀리서도 다니고, 목사님이 잘 안 바뀌니까 사립학교 같네.


공립학교와 성당, 사립학교와 교회의 묘한 공통점을 찾고 둘이서 무릎을 탁 치며 웃었다. 아직은 둘 다 진정한 신자가 아니어서 종교가 없는 다른 후배가

"근데 왜 그렇게 하는 거예요?" 라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궁금한 마음에 집으로 돌아와 구글검색을 했더니 AI가 다음과 같이 답변을 해주었다.



Q. 주소에 따라 성당을 다니는 이유가 뭔가요?


A. 성당에 주소에 따라 다니는 이유는 교적(교구) 관리와 소속감 때문입니다. 각 성당은 특정 지역 (주소)을 관할하며, 신자들은 자신의 거주지에 해당하는 성당에 등록하여 신앙생활을 합니다. 이렇게 교적을 통해 성당은 신자들을 관리하고, 신자들은 소속감을 느끼며 공동체 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교적 관리 : 천주교에서는 각 신자가 소속된 성당(본당)이 정해져 있으며, 이를 교적이라고 합니다. 이 교적은 신자들의 신상 정보, 세례 및 견진 성사 등 신앙생활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이사 등으로 주소가 변경되면 교적을 옮겨야 합니다.


소속감과 공동체 : 성당은 단순히 신앙생활을 하는 공간을 넘어, 신자들이 함께 모여 교류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는 곳입니다. 자신의 주소지에 해당하는 성당에 다니면서 소속감을 느끼고, 다른 신자들과 교류하며 신앙생활을 함께 할 수 있습니다.


미사 참여: 성당은 미사를 비롯한 다양한 전례와 예식에 참여하는 공간입니다. 각 성당은 정해진 시간에 미사를 집전하며, 신자들은 자신의 주소지에 해당하는 성당에서 미사에 참여합니다.


사목 활동: 성당은 신자들의 신앙생활을 돕고, 신자들에게 필요한 영적 지도를 제공하는 사목 활동을 합니다. 자신의 주소지에 해당하는 성당은 신자들의 삶과 가까운 곳에서 사목 활동을 펼칩니다.

관할 구역: 천주교에서는 지역을 나누어 각 성당이 담당하는 구역을 정해놓습니다. 이는 효율적인 사목 활동을 위한 것이며, 신자들은 자신의 주소지에 따라 해당 성당에 소속됩니다.


결론적으로, 성당에 주소에 따라 다니는 것은 신앙생활의 효율적인 관리와 공동체 유지를 위한 것입니다.


이러한 성당의 시스템 덕분에 무턱대고 찾아간 성당에서 우리 집 아이들은 낯익은 얼굴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주소지에 따라 공립학교'를 다니고 있으니, 비슷한 이유로 이 성당에 배정된 또래들이 동네 친구들일 확률이 높았던 것이다.


물론, 어릴 때에는 교회도 부모님의 뜻에 따라 가까운 곳에 다니곤 하니 '동네 교회 친구'와 돈독한 우정을 쌓는 경우도 많다. 멀리 이사가게 될 경우, 멀리서라도 계속 원래 교회를 다니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동네에 가서 새로운 교회를 찾아보는 사람도 있다. 또는 굳이 이사를 가지 않더라도 기존에 다니던 교회에서 인간관계 등에 변화가 생겨서 마음이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비슷한 경우 성당을 옮기려면 이사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한 면이 예상된다. 그래서 냉담자들이 발생하는 건가?

20대 때에는 젊은 교인들이 같은 신앙을 가진 배필을 찾고자 일부러 젊은 신자들이 많이 모이는 사랑의 교회 청년부 같은 곳에 모여든다는 이야기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종교가 없었지만, 같은 종교를 가진 이성을 찾기 위해 비슷한 목적으로 그런 곳에 다닌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기도 했었다. '사랑의 성당'을 만들어 청춘들이 모여들게 하려면 지금 성당의 시스템에 약간의 변화가 필요할 듯 하다. 성당에서 만나기 힘든 ‘형제님’들이 냉담을 중단하고 사랑의 성당에 오면 좋을텐데…


교회가 꼭 사립학교 같고 성당이 공립학교 같다면 절은 어떤가?

오라는 사람 없고, 떠나는 사람 잡지않고, 대체로 도심보다는 자연에 둘러싸인 곳이 많으니 '대안학교' 정도로 보면 어떨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천주교는 (봉헌금으로) 천 원만 내서 천주교라는 말이 있다. 그래서 모 종교의 포교집단에서 젤 싫어하는 게 천주교인이라나? 그에 반해 교회사람들은 십일조(수입의 10분의 1)나 내니 교회를 운영하는 예산도 마치 등록금을 많이 받는 사립학교처럼 많겠지. 교회의 신도 수에 따라 예산의 규모가 매우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그럼 불교의 기부금을 생각해보자. 속된 말로 '진짜 돈 많은 사람'은 절에 간다고 하는데, 부자들이 한 번에 몇 억씩 기부 한다는 속설을 그대로 믿는다면 대안학교와 비슷한 점이 있기는 한 것 같다. 특별히 고용된 교사들에게서 공교육 시스템과 조금은 다른 개성 있는 교육을 받고 속세에서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다.

내가 사실 대안학교 등록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어 찾아보니 공립 대안 학교의 경우 학비가 저렴하거나 무료인 반면, 사립 대안 학교는 연간 500만 원에서 2,000만 원 이상까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비인가 대안학교는 기숙사비, 수업료, 운영지원금 등 다양한 명목으로 비용이 추가될 수 있으니 '십일조'로 기부금의 기준을 소득에 따라 어느 정도 정해 주는 개신교보다는 천문학적인 기부금을 받기도 한다는 불교에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주의 : 불교 기부금액에 관한 이야기는 믿거나 말거나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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