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축구 교실(2)

형제와 자매의 축구 교실

by 계쓰홀릭


한번 더, 가을 학기 등록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축구 교실 단톡방에 가을학기 개강 공지가 올라왔다. 남편은 지난번 경품 사건으로 인해 여전히 찝찝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축구 교실 혜택을 다 누리고 선물도 잔뜩 받았는데 정작 '여름 성경 학교'는 가지 않았으니 우리가 '먹튀'를 한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봄에 실컷 배우고 선물까지 받았는데 가을에 입 싹 닦고 안 가는 게 더 심한 '먹튀' 아닌가? 그즈음 우리 둘째보다 두 살 어린 아들을 키우는 직장 후배에게 축구 교실에 대해 이야기했더니 무척 관심을 보여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 터라, 나만 발을 쏙 빼기가 곤란했다. 학교에 입학하면 어차피 방과 후 축구교실을 가려는 계획이 있었다. 그전에 재미도 붙일 겸 한 학기만 더 보내고 싶다는 내 의견을 밀어붙여 한 번 더 수강료 4만 원을 입금했다. 비싼 학원은 하루 빠지게 되면 허공에 몇 만 원은 그냥 날리는 기분인데 여기는 두 번만 가도 축구학원보다 저렴하니 부담 없이 등록하기에 좋았다.

나의 소개로 축구 교실에 발을 들인 후배는 나보다 더 그곳을 좋아했다. 당시 나이로 다섯 살 첫째와 연년생으로 낳은 쌍둥이 자매까지 키우는 삼 남매의 엄마였기에 첫째의 에너지를 빼 줄 축구 수업은 말할 것도 없고 그곳에 설치된 에어바운스와 방방장에 홀딱 반해버린 것이다. 아이들은 코치님의 지도 아래 일사불란하게 드리블과 패스 등을 배웠다. 수업 말미에는 1:1 슈팅 기회와 미니 게임이 있어 우르르 몰려다니다 승리의 기쁨도 누리곤 했다. 강습은 50여분이었지만 앞뒤로 놀고먹는 시간을 합치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성경 학교 초대장

봄학기에는 볼 수 없었던 큰 변화도 눈에 띄었다. 새롭게 투입된 젊고 예쁜 선생님이 축구장 밖 놀이 공간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기 시작한 것이다. 자그마한 체구에 밝고 명랑한 목소리는 마치 어린이집 선생님의 텐션과 같아서 아이들의 마음을 금세 열어버렸다. 하루 만에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워 호명해 주는 놀라운 기억력은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축구장에 자녀를 넣은 부모님들은 대부분 테이크아웃 커피를 홀짝이며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는데, 아이들과 함께 '술래잡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몸으로 놀아주니 무척 고마운 존재였다. 아이들은 축구 강습이 끝나고도 한참을 더 그곳에 남아 땀 흘리며 뛰어놀았다.

교회 옥상은 아이들의 놀이터

시간이 흘러 가을 학기도 마무리되어 가던 어느 날, 젊고 예쁜 그 선생님은 티니핑이 그려진 포스터를 가지고 오셨다.

"얘들아~ 선생님이 지금 막 만들었는데 어때? 예뻐? 다른 핑으로 바꾸는 게 나을까? 내가 잘 몰라서~"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가 이것보다 무슨 핑이 더 낫다는 둥, 이것도 귀엽다는 둥 의견을 보태기에 먼발치에서 보니 그 포스터에는 겨울 성경 학교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사탕과 작은 쪽지도 나눠주시며, 이때 시간되면 놀러 오라는 이야기도 하셨다. 아들은 사탕을 나에게 맡기러 오며 그날 시간되면 자기도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성경 공부뿐만 아니라 각종 놀이와 이벤트가 가득한 행사여서 지난번처럼 또 RC카를 한 대 얻을 수 있으려나 기대하는 눈치였다.


가을 학기의 마지막 날에는 마침 가족 행사가 생겨 축구 교실에 가지 못했다. 축구 수업 후 바로 이어지는 성경 학교 행사에 대한 부담이 느껴져서 고민이었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함께 축구 교실에서 토요일마다 만나 수다 타임을 가졌던 후배도 마지막 날엔 불참이라고 했다. 거기 선생님이 교회 다니라고 하더라는 말을 전했더니 그 집 남편이 펄쩍 뛰며 싫어해서 더 이상 못 가게 되었다며 말이다. 후배와 나는 거의 동시에 같은 말을 했다.


맞아. 세상에 공짜는 없어.


신부님, 우리도 축구해요!

올해 학교에 입학한 둘째는 친구들과 팀을 짜서 사설 축구 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학원 수강생으로 유치하기 위해 하시는 빈 말인지 모르겠으나, 첫날 시범수업 후 축구 코치님은

"아이가 축구를 좀 하는데요? 혹시 이전에 어디서 배운 적이 있나요?" 하고 물어보셨다.

"아, 학원을 다닌 건 아니고 동네 교회에서 하는 축구교실을 작년에 다녔어요."

놀랍게도 코치님은 그 축구 교실에 대해 이미 알고 계셨다. 축구 학원에 다니는 형들 중에서도 그 교회 축구를 병행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확실히 거기서 잘 배워와서인지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교회 신자를 모으려는 목적이 아예 없지는 않았겠지만, 신자든 아니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정다운 축구 교실이 새삼 감사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리운 마음도 들었다.


원래 학교에 입학하면 신청하려고 했던 방과 후 축구교실은 스케줄이 맞지 않아서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토요일 교회 축구교실을 올해도 다니면 어떨까 하고 남편에게 말을 꺼낸 적이 있다. 올해 3월부터 온 가족이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어차피 어린이 미사가 4시부터니까 2~3시에 교회에서 축구를 하고 가면 시간도 딱이지 않느냐는 내 아이디어에 남편은 폭소를 터뜨렸다. 그건 너무 비양심적이라는 거였다. 아이들이 놀다가 자연스럽게 이후의 일정에 대해 폭로(?)할 텐데, 그 뒷감당을 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 좀 그런가?...


성당에서 가톨릭의 역사에 대해 배우다 보니, 개신교가 가톨릭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초기에 가톨릭 신자들의 숱한 희생이 있었기에 목사님들도 그것에 대해 고마워하신다고, 수녀님이 말씀해 주셨다. 이건 100% 수녀님께 들은 내용이기 때문에 천주교에 치우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교회나 성당이나 성경을 공부하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건 매한가지이니, 넓게 봐서 다 형제자매가 아닌가? 교회에서 축구를 배우고, 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게 이상한 건가? 만약 그게 이상하다면, 성당에도 어린이 축구교실이 생기면 좋겠다. 찾아보니 신부님이 축구하는 내용의 영화가 서양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있던데 말이다.

좌 : 《보리울의 여름》 2003, 한국, 코미디 (이미지 출처 : 나무위키)
우 : 《신부님은 골키퍼》 2018, 스페인, 코미디 (이미지 출처 : WATCHA 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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