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막내 세례식 먼저

유아세례와 어린이세례

by 계쓰홀릭

올해 초, 별다른 사전 조사 없이 '주일 학교'에 덜컥 등록을 하고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 네 식구 중 세례 받은 신자는 남편뿐이었지만 그 역시 미혼일 때에 부모님의 권유로 다닌 것이어서 내가 만났을 때는 쭉 '냉담자' 상태였다. 그래서 세례라든가 첫 영성체 같은 것에 대해 무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어린이 미사의 기쁨

3학년인 첫째는 성당에서 친구를 많이 만났지만 1학년인 둘째는 그렇지 않았다. 적응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달리 가족과 떨어져 학년별 자리에 가서 앉은 채 어린이미사에 곧잘 참여했다. 마치고 교실로 내려가 간단한 교리공부를 하는 것도 즐거워했다. 먹성 좋은 둘째가 가장 기다렸던 시간은 아마도 교리공부 마치고 찾아오는 간식 타임이었을 테지만 말이다. 맨 처음 간 날 설탕이 잔뜩 뿌려진 따끈한 핫도그를 받아서 맛있게 먹어치운 둘째는 일주일이 지난 뒤,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린이 미사 끝나고 간식으로 뭐 주는지 먹어보고 결정하자


혹시 햄버거나 피자가 나올지도 모르니 저녁메뉴를 겹치지 않게 정하거나, 간단히 해도 된다는 뜻이었다. 처음 먹었던 성당 간식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했던 탓이리라. 일주일 전, 푸짐한 핫도그에 음료수까지 곁들여 잘 먹은 탓에 아이들이 저녁식사를 생략했었는데 부모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었고, 아이는 새로운 간식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번에도 배가 부르면 저녁은 안 먹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대비까지 했던 것이었다.

성당가는 재미, 간식 먹는 재미


유아세례

두 아이의 친구들은 대부분 유아세례를 받은 상태여서 이미 세례명이 있었다. 첫째는 3학년이라 첫 영성체를 준비하면서, 첫 영성체 직전에 따로 세례식도 해준다고 들어서 괜찮았는데 1학년 둘째가 애매했다. 유아세례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부터 보통은 유치원생까지 받는다고들 해서였다. 학교에 입학하고 난 후에는 유아세례의 범주에서는 벗어난 듯했고, 그렇다고 첫 영성체까지 기다리기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길게 느껴졌다.

고민되는 마음에 검색창에 '유아세례'를 검색해 보았다. 원래는 태어난 지 100일 이내에 하는 것이지만, 시기를 놓쳤을 경우 6세까지는 유아세례를 준다고 했다. 어떤 교회 신문에서는 유아세례와 첫 영성체 사이의 공백기를 메우기 위해 '어린이 세례'라는 개념을 도입하기로 했다고도 했다. 어느 것이 맞는지 몰라 주변 천주교인들에게 걱정을 털어놓았더니, 그건 아마도 '신부님 마음' 일 거라고 대답했다.


9월로 예정된 첫째의 세례식과 첫 영성체에 맞춰 둘째도 함께 세례를 받으면 좋겠다 싶었다. 주일학교에서 첫 영성체반 아이들 교육을 맡고 계신 수녀님께 유아세례를 첫째와 함께 받을 수 있느냐 여쭈니 두 가지는 별개라고 하셨다. 원래 주보 한구석에 '매월 셋째 주 토요일 10시 미사 이후' 유아세례를 하니 신청하라고 되어있었지만 차일피일 미루다 8월이 되고 보니, 주보에 '8월에는 유아세례가 없습니다'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주임신부님의 은퇴식 준비로 성당이 전체적으로 다 바쁘다 보니 그런 듯했다. 8월에 신청서를 내면 9월에 새 신부님이 세례를 해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무실에서 신청서를 구해와서 둘째 이름으로 '유아세례'를 신청했다. 나 역시 예비자교리 신청을 하고 한참을 기다렸기 때문에 그렇게 빠르게 연락이 올 줄 몰랐는데 한 주가 채 지나기 전에 성당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1학년은 유아세례 대상이 아닌데요?

전화 주신 분은 아마도 사무실 직원이신 것 같았는데, 1학년은 유아세례 대상이 아니라서 2년 더 기다렸다가 첫 영성체 때 같이 세례를 받는 거라고 설명해 주셨다.

"제가 찾아봤는데 초등학교 저학년도 유아세례를 주는 곳이 있더라고요. 봄부터 매주 주일학교도 열심히 가고 있고, 생일이 늦어서 아직 만 6세예요." 했더니 약간은 웃으시며 신부님과 상의해 보겠다고 하셨다. 조금 기다렸더니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부주임 신부님께서 유아세례를 해주기로 하셨다면서, 주보에는 없지만 주일학교 방학이 끝나는 8월 셋째 주 토요일 어린이미사 때로 날짜도 알려주셨다. 아직 예비신자이지만, 전화를 끊은 내 입에서는 저절로 감사 인사가 나왔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멘!


대부모 정하기

세례를 받을 때에 남자 아이의 경우 대부를, 여자 아이는 대모를 정해야 한다. 생물학적인 부모가 아니라 신앙으로 연결된 영적인 부모이다.

우리 부부는 예전에 성당에서 혼인성사를 할 때에 증인이 되어 준 천주교인 부부를 가장 먼저 떠올렸다. 대부가 되어줄 사람은 나의 대학 동기인 '남사친' 이기도 하고, 두 집 부부 모두 같은 대학에서 사진 동아리 활동을 했던 선후배 관계로 얽혀있다. 그 집 아이들은 우리 집 아이들보다 몇 살씩 많은 형님들이어서 예전에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가서 잘 놀았던 기억도 있으니 세례식 마치고 함께 가족 식사까지 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싶었다.

영적으로 맺어진 가족

신청서를 내기 전부터 연락을 해보았더니 흔쾌히 시간을 내주기로 해서 고마웠다. 이렇게 인연이 있어 대부, 대모를 해 줄 사람을 구하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럴 경우 사무실이나 해당 봉사자님께 말씀드리면 같은 구역 신자 중에서 적당한 사람을 골라 연결 지어 준다고 한다.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해주셔도 되느냐고 여쭤보니,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이면 다른 분이 더 좋다고 하셨다. 이유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미 그 아이를 위해 많이 기도해 주시니까"라고 하셨다.

대부모는 ‘견진성사’를 받은 사람만 될 수 있다. 성인은 세례를 받은 후 2년 정도가 지나면, 성숙한 신앙을 가졌다는 의미의 견진성사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첫 영성체를 받은 아이들은 이후 만 12세 이상이 되어야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으니 최소 중학생 이상은 되어야 한다. 이왕이면 세례 받는 대상보다 대부모의 나이가 많은 것이 좋겠지만, 성년세례의 경우 한두 살 아래인 분이 대부모를 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


눈물의 세례식

요즘 태권도장 체육복과 축구복만 입고 다니는 둘째여서 세례식 때 입을 만한 옷이 마땅치 않았다. 첫 영성체도 아닌데 정장을 빼입기는 그렇고, 단정하다고 할 만한 셔츠류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들 방학 일정으로 바쁜 와중에 오랜만에 재봉틀을 꺼내어 두 아이가 세례식 때 입을 만한 단정한 셔츠와 바지를 만들었다. 휘리릭 만들어버리는 내복이나 상하복과 달리 이삼일에 걸쳐 정성껏 재단하고 다림질하며 완성해 나갔다.


대부를 해주기로 한 동기네 가족이 모두 일찌감치 와서 기다려주고, 천주교 신자이신 어머님 아버님도 오시니 마음이 분주해졌다. 준비할 것도 없는 줄 알았는데 급하게 꽃다발을 하나 섭외하고, 아슬아슬하게 배송되어 온 기도초에 이름도 붙이며 본당에 자리 잡았다. 내가 할 대사가 많지도 않은데 괜히 배부받은 세례식 대본을 읽고 또 읽으며 준비했다.

평소처럼 미사를 하다가 신부님 강론 시간에 세례식이 진행되었다. 천진난만하게 웃기만 하던 아이도 긴장했는지 아주 바른 자세로 앉아서 진지한 태도로 세례식에 임했다. 대부님과 앞에 나가서 신부님께서 발라주시는 물과 기름을 얌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주책맞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사연 있는 사람 같아 보여"라고 속닥거렸다. 내 마음속에 나도 모르는 무슨 사연이 있길래 그렇게 기쁘면서도 눈물이 터져 나왔을까? 앞으로 남은 큰 아이의 세례식과 첫 영성체 때에도 눈물 바람일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 후로 그 정도로 눈물이 나지는 않았다. 그냥 처음 보는 내 아이의 세례식에 왠지 마음이 경건해지고 감동 비슷한 것을 느꼈던 것 같다.


축복의 뒤풀이

앞서 말한 대부님의 가족과 예약된 식사 장소로 가서 맛있는 고기를 배불리 먹었다. 대부를 흔쾌히 맡아주어 시간과 마음을 써 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선물로 온갖 성물을 준비해와 주었다. 혹시나 서운해할지 모를 첫째를 위한 묵주팔찌와 둘째의 잠자리 머리맡에 둘 수 있는 아기예수 수면등, 그리고 축복과 응원의 말이 담긴 정성스러운 카드까지! 가족 모두를 위한 식사기도문도 우리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앞으로 아이들끼리도 교류하고 친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 저녁을 배불리 먹은 후 근처 공원 산책도 하고 에어컨 빠방한 인형 뽑기 가게에 들러 돈도 왕창 썼다. 카드로 3만 원이나 긁어주었는데 아이들이 인형을 한 개도 못 뽑아 울상인 남편을 발견하고, 뒤늦게 도착한 내가 3천 원 + 2천 원을 투자해 연달아 3개의 인형을 뽑아주었다. 거의 마지막에 막내가 뽑은 작은 인형에 사장님이 서비스로 주신 것까지! 우리 손에는 도합 다섯 개의 인형이 쥐어졌다. 네 명의 아이들이 골고루 나눠가지고도 주인공(?)인 막내가 손수 뽑은 것이 있어서 모두에게 행복한 엔딩이었다.

오늘 세례 받은 기념으로
막내에게 인형을 선물로 주셨나?
하느님,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고 아차 싶었다. 천주교 십계명 중 두 번째인 '하느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식사 기도는 우리집 식탁 위에 두니 아이들이 먼저 기도하게 되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8월에 접수한 세례신청서를 9월에 오시는 새 주임 신부님에게 넘기는 것이 도리가 아니어서 급하게 처리해 준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또 9월부터 새 신부님이 오시면 유아세례의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해서 혹시나 세례를 못 받을 가능성도 있었다. (반대로 더 느슨하게 적용하실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성당이 무척 바빴던 그때 갑자기 신청서를 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나, 안된다고 안내받았지만 되게 해달라고 조르듯이 말한 나답지 않은 행동이 모두 맞아떨어져 둘째 아이가 세례를 무사히 받게 만든 것 같다.


이 또한 하느님의 뜻이려나? 예전에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여기던 것들이 요즘은 하느님의 뜻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드는 걸 보니 반쯤은 천주교신자가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다.

여름성경학교에서 제일 신나게 놀았는지 미사도 못 가고 카페에서 잠들어버린, 미사 중에도 속으로는 간식 시간을 제일 기다리는, 첫영성체반 누나 따라 눈비비며 일어나 새벽미사도 몇 번이나 드린, 자동차 놀이를 할 때도 “오 하느님~ 오 하느님~” 하고 성가를 흥얼거리는 막내가 하느님 눈에도 귀여워서 깜짝 선물로 그 아이의 영혼에 인호를 새겨주신 것 같다. 그리고 서비스로 작은 인형도 함께 주신 걸지도?!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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