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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서관의 매력(2)

소소한 일상

by 계쓰홀릭 Jan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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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글 ‘작은 도서관의 매력​’의 후속 편입니다.

  (제목을 누르면 링크로 연결)

https://brunch.co.kr/@bc4ed550b9654f4/32


  선유도서관이 1년여간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을 한 뒤로 작은 도서관을 향하던 내 발길은 자연스레 뜸해졌다. 그 해 가을에 복직을 해서 시간대가 안 맞기도 했고, 둘째가 하원과 동시에 태권도를 들렀다 오는 바람에 - 어린이집 4층에 위치한 - 작은 도서관에 들르기에는 동선이 안 맞기도 했다.


  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을 맞이한 첫째와 이제 막 한글을 깨쳐 책 읽기의 재미에 푹 빠진 둘째. 두 아이가 얼마 전부터 신나게 읽고 있는 학습 만화 시리즈가 있는데 바로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이다. 재작년에 '마법천자문'의 광풍이 한차례 우리 집을 훑고 지나가긴 했는데, 그때는 둘째가 까막눈이었어서 책이 아니라 유튜브 영상이 주된 매체였다. 한자에 대한 호기심을 학습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엄마 욕심에 책도 빌려보았지만, 만화책을 먼저 후루룩 읽어버리는 첫째와 한 자 한 자 엄마가 읽어주기를 바라는 둘째 때문에 아웅다웅하다 겨우 1권만 읽고 소리소문 없이 반납해 버렸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특히 한국사)가 나의 학창 시절 약점이었던 관계로 아이들은 한국사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좋아하길 바랐는데 설민석 시리즈를 좋아하다니! 이게 웬 떡이란 말인가. 때는 이때다 싶어 영등포구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 검색창을 열고 온갖 시리즈들을 물색하며 손품을 팔아 보았지만 제 때 손에 넣기는 쉽지 않았다. 1권만 겨우 읽은 상태인데, 3~4권은 어찌어찌 구해도 하필 2권이 계속 연체 중인 날도 있었고 그마저도 예약이 줄줄이 걸려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예약도서 도착' 안내 문자가 오자마자 눈썹 휘날리며 달려가보니 너덜너덜한 고서와도 같은 책이 도착해 있어서 실망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운 좋게 5,6,7,8권을 발견해서 (방금 누군가 반납한 모양) 신나게 빌려 나오는 내가 덩실덩실 춤을 추자, 차 안에서 기다리던 아이들도 환호성을 질렀다. 큰 아이는 친구집에 놀러 갔다가 한국사 시리즈를 발견해서 아직 보지 못한 책을 연이어 다섯 권이나 빌려오기도 했다.

  좀처럼 봤던 책을 또 보지 않는 아이들인데 이건 보고 또 보길래 중고로라도 들여야 하나, 전집 대여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이었다. 마침 인스타그램에서 책육아를 하는 인플루언서가 'OO전집대여 1년권 공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알고리즘의 힘이라니... 링크를 타고 들어가 보니 공구가로도 1년에 35만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마침 올해 잠시 휴직을 할 예정인데, 책을 택배로 수령하고 반납하는 귀찮음을 감수하고라도 투자할 만한 금액인가? 머릿속에 계산기가 잠시 나타났다 사라졌다.

  며칠 전, 글쓰기 모임의 문우 한 분이 추천한 소설책 한 권을 예약해서 오랜만에 작은 도서관을 이용한 기억이 번뜩 떠올랐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정 많고 따뜻하신 사서님도 돌아와 계셔서 반갑게 알은 체를 했다. 안 그래도 내 이름으로 예약된 도서가 보여서 반가웠다고 덩달아 내 오지랖을 받아주시는 분이다.

   도서 검색 조건에서 체크박스를 'OO동 작은 도서관'으로 변경하고 설민석의 한국사를 찾아보니 오히려 선유도서관보다 소장된 권수가 많을 뿐 아니라 대출가능상태가 대부분이었다.

  "대박!"

브런치 글 이미지 1

  엄마 목소리를 듣고 작은방에서 쪼르르 나온 딸이 이유를 묻길래, 얼른 외투를 챙겨 입고 작은 도서관에 가자고 재촉했다. 가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나처럼 기대하고 기뻐해주었다. 무거운 유리문을 밀고 들어간 작은 도서관에는 따뜻한 햇살과 함께 우리가 찾던 한국사대모험이 가득 꽂혀있었다. 상태도 무척 깨끗했다! 조용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딱 한 명의 학생이 칸막이 안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 소란스러운 큰 도서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우리도 다음에 저기 앉아서 같이 책 보자고 속닥거리며 무거운 가방을 안고 나왔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만화책을 욕심껏 열 권이나 빌려 나오면서, 아이에게 은근히 권하고 싶은 떡집시리즈도 챙겼다. 아이들 책장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도서관 대출 책 전용 코너' 가득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을 꽂아두니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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