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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안희경 <인간 차별>

차별은 못질이다. 막히면 세상을 아프게 한다

by 기담

우리는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배운다. 하지만 막상 세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낯선 것을 보면 본능적으로 경계하고, 때론 배척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언어가 서툴다는 이유로,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는 차별받고 배제된다.



차별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인간 차별>은 인간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차별을 들춰내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책이다. 저자인 안희경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차별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파고든다.


책은 "다름"이 어떻게 차별로 변하는지를 탐구한다. 우리는 종종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경계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국적도 가진 아이가 "나는 60% 한국인이고, 40% 미국인이야"라고 말할 때 우리는 그 아이를 어디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까?



이 책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아나스타샤는 어디 사람일까?"



저자는 국적과 정체성을 단순한 숫자로 나눌 수 없다고 말한다. 사람은 경험과 기억 속에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특정한 카테고리로 구분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사람을 구분하려고 할까? 저자는 인간의 본능적인 '편 가르기' 습성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제는 그 본능을 넘어 "협력"과 "공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차별은 사회를 어떻게 좀먹을까



차별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힘든 일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한다. 130만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가 한국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관리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저자는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대한민국은 일상이 멈춘다"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당연하게 여기고, 때론 배척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 국민도 힘든데, 외국인까지 도울 여유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오히려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족한 파이를 키우려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복지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책은 내 옆의 "타인이 안전하지 않은데, 내가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차별은 단순히 누군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취지이다.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재난이 닥치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사회적 약자들이다. 즉, 크든 작든 차별을 놔두고 방치하면, 결국 그 사회 구성원인 나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책은 차별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루지만, 해결책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쉽다. 저자는 차별을 줄이기 위해 '보살핌'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책이나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



또한, 일부 사례는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엿보였다. 예를 들어, 이주노동자나 난민 문제를 이야기할 때 독자가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만드는 방식은 일견 효과적이지만, 보다 객관적인 통계나 연구 결과를 보완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차별을 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넘어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지금, 누가 금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가?"
"당신은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은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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