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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백경 <당신이 더 귀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by 기담

우리는 영웅적인 소방관의 이야기를 떠올릴 때, 불길 속에서 사람을 구하는 용감한 모습을 그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영웅담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외면했던 현실을 조용히 보여줍니다.



책 <당신이 더 귀하다>는 한 소방관이자 구급대원이 세상의 가장 어두운 구석에서 마주한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한 따뜻한 인간다움을 기록한 책입니다.


음과 가난, 그리고 무뎌짐의 두려움



이 책의 저자는 8년 차 소방관 백경입니다. 그는 수많은 출동 현장에서 가난과 죽음을 목격하며, 그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 일상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는 구급차를 타고 다니며 사고로 죽음을 맞는 사람들, 가난에 짓눌려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 외로움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봅니다. 그리고 점점 무뎌지는 자신의 감정을 두려워합니다.



그는 "언젠가 지쳐서 쓰는 일을 멈추면, 누군가의 죽음이나 상처를 마주했을 때 당연히 느껴야 할 감정이 사라질까 봐 두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글을 씁니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순간들을 기록하며, 인간다운 감정을 잃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익숙해져선 안 되는 현실



책에서는 가난이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응급실을 찾는 이들 중에는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구급차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어린아이 앞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자는 처음에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닫습니다.



가난은 일부 사람들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현실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절망적인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저자는 삶의 무게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합니다. 그는 말합니다.



"라면은 맛있고, 간편하고, 여전히 값싸다. 그래서 라면으로만 끼니를 해결하다 보면 그것이 온전한 식사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라면은 밥이 아니다. 삶도 그렇다."


이처럼 그는 우리 사회가 쉽게 지나치는 문제들을 조용히 지적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당신이 더 귀하다>는 단순한 소방관의 경험담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소방관으로서의 일은 점점 익숙해지지만, 죽음과 가난에는 익숙해질 수 없다는 저자의 고백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무뎌지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의 어두운 곳에도 여전히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책 <당신이 더 귀하다>는 우리가 모두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을 더욱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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