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미성년 피해자의 손해배상 산정 시 병역복무기간 포함 판결
서울고등법원은 2024나2020629 손해배상(기) 사건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아직 병역의무를 마치지 않은 대한민국의 남성이라 하더라도 일실수입 산정 시 병역복무기간을 가동기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피해자의 손해배상 산정 기준에 관한 새로운 법리를 확립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본 사건은 甲이 운영하는 카페 내 수영장에서 발생한 사고에서 비롯됐다. 수영장을 이용하던 만 5세 남자아이가 배수구에 팔이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이에 피해 아동의 부모인 乙 등은 운영자인 甲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일실수입(피해자가 생존했다면 얻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을 산정할 때 병역복무기간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였다. 기존 법원 판례에서는 병역의무를 이행하는 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배상 산정에서 가동기간(실제 경제활동이 가능한 기간)에서 이를 제외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판결에서는 병역복무기간을 포함하여 손해배상을 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서울고법은 헌법 제11조 제1항의 평등의 원칙과 헌법 제39조 제2항의 병역의무 이행에 따른 불이익한 처우 금지 원칙을 근거로, 병역복무기간을 가동기간에서 제외하는 것이 합리적인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점을 강조했다.
병역의무자에 대한 차별 방지 병역의무가 있는 사람에게 군 복무로 인해 손해배상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병역의무가 없는 사람과의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
국가배상법 개정 취지 반영 국가배상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개정을 통해 피해자가 군 복무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도 군 복무 기간을 취업가능기간에 전부 산입하도록 개정된 점을 고려하였다. 법원은 국가배상책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손해배상책임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병사 봉급 인상과 경제적 가치 고려 정부가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기 위해 급여를 지속적으로 인상해왔으며, 향후 최저임금 수준으로 올리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 복무 이전에 사고가 발생한 피해자가 병역복무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을 아예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았다.
우연한 사고 발생 시점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 해소 이미 군 복무를 마친 사람이 사고를 당하면 군 복무 기간의 급여가 일실수입에 포함되지만, 군 복무 전에 사고를 당한 사람은 이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 법원은 이러한 차별이 우연한 사고 발생 시점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피해자의 일실수입 산정 방식에 대한 법적 기준을 새롭게 정립한 사례로 평가된다. 향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역복무기간을 가동기간에 포함하는 법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병역의무가 있는 남성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기존보다 높은 보상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법조계 및 보험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국가배상법 개정과 병사 봉급 인상 기조를 반영하여, 법원이 병역의무 이행자들에 대한 경제적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에 따라 향후 법률 해석과 손해배상 소송에서 군 복무 기간을 경제활동 가능 기간으로 인정하는 법리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