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가정폭력 사건 현장대응 미흡한 경찰관에 대한 ‘불문경고처분’ 취소소송 기각
대법원이 가정폭력 신고 사건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은 경찰관에게 내려진 불문경고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2025년 2월 13일 대법원은 경찰관 A씨가 경찰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불문경고처분 취소소송(2024두33556)에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신고 당시 가정폭력 위험 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
해당 사건은 경찰관 A씨가 2024년 새벽, ‘동거남과 시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서 발생했다. 신고자(피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동거남 B는 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단순 언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B를 주거지 밖으로 퇴거시키고 복귀했지만, 이후 피해자의 추가 신고에도 가정폭력 위험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고, 결국 피해자가 동거남에게 살해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검찰과 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조사한 후, A씨가 가정폭력 대응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고, 피해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씨는 견책 처분을 받았으며, 이후 소청심사를 거쳐 불문경고로 징계가 감경되었다. 하지만 A씨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 대법원 “가정폭력 가능성 인지했음에도 후속 조치 미흡”
대법원은 “신고 당시 사건종별 코드가 ‘가정폭력’으로 분류되지 않았더라도, 현장 상황에서 가정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확인되면 경찰관은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한 경찰 지침에 따라 ① 피해자와 가해자를 철저히 분리해 조사하고, ②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며, ③ 사건의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A씨는 신고를 받고 세 차례나 현장에 출동했음에도 가정폭력 위험성 조사표를 작성하지 않았고, 피해자의 진술을 명확히 듣지 못한 채 가해자의 주장만을 바탕으로 판단했으며, 112시스템상의 사건 분류도 ‘가정폭력’으로 변경하지 않아 후속 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됐다. 이로 인해 이후 출동한 경찰관들이 가정폭력 사건임을 전제로 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씨의 대응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에서 정한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불문경고처분을 유지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경찰의 가정폭력 대응 기준 강화될 전망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장 출동 경찰관의 가정폭력 대응 의무를 명확히 하고, 이후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예방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경찰이 가정폭력 신고를 받을 경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라며 “앞으로 경찰의 가정폭력 대응 지침과 관련한 매뉴얼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판결을 계기로 경찰청은 가정폭력 사건 대응 지침을 더욱 강화하고, 현장 경찰관의 교육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