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5년 2월 13일, 신탁법이 적용되는 집합건물의 담보신탁 사안에서 수탁자가 신탁계약을 근거로 제3자에게 관리비 납부 책임을 부정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2022다233164)에서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본 사건은 집합건물 관리단(원고)이 신탁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피고)를 상대로 관리비 지급을 청구한 데서 비롯되었다.
피고는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납부 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정하였으며, 이 내용이 신탁등기의 일부로 인정되는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있으므로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다”**며 관리비 납부 책임을 부인했다.
원심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여,
신탁계약에서 관리비 납부 의무를 위탁자가 부담한다고 규정된 점,
신탁계약서가 신탁원부에 포함되어 등기의 일부가 된 점을 근거로
**“피고는 위탁자가 관리비 납부 책임을 진다는 점을 원고에게 주장할 수 있으며, 따라서 관리비 지급 의무가 없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고, 수탁자가 신탁계약을 근거로 제3자인 관리단에게 관리비 납부 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신탁법 제4조 제1항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신탁등기의 대항력은 신탁재산의 독립성에 한정됨 신탁법 제4조 제1항에 따르면,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된다는 점을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있을 뿐, 신탁계약의 개별적 내용까지 대항력을 갖지는 않는다. 즉, 신탁계약에서 위탁자가 관리비를 부담한다고 정해졌더라도, 이는 신탁재산의 독립성과 무관한 사항이므로 제3자인 관리단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신탁원부에 기재되었어도 관리비 납부 책임 회피 불가 대법원은 **“신탁계약이 신탁원부에 기재되어 부동산등기법상 등기기록의 일부가 되더라도, 이는 신탁재산이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구별된다는 점을 나타낼 뿐, 계약 내용 자체가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했다. 따라서 피고는 신탁원부에 기재된 내용을 근거로 관리비 납부 의무를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 신탁법과 현행 신탁법의 차이점 고려 대법원은 원심이 인용한 2012다13590 판결이 구 신탁법(2011년 개정 전 법령) 제3조 제1항이 적용된 사안이며, 현행 신탁법(2012년 시행) 제4조 제1항이 적용되는 본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신탁법 개정 이후에는 신탁계약의 개별적 내용이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신탁재산의 법적 독립성을 인정하면서도, 신탁계약의 개별적 내용이 제3자에게 대항력을 갖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된다.
특히, 집합건물 담보신탁에서 관리비 납부 의무와 관련된 법적 쟁점을 정리함으로써, 향후 유사한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