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024도7386 판결은 전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후임 회장에게 인계해야 할 은행거래용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 원본의 반환을 거부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에서 규정하는 ‘위력’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으로, 원심은 반환 거부라는 행위 자체가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와 업무 수행을 제약할 수 있는 위력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대법원은 부작위 또는 소극적 거절이 언제 업무방해죄의 실행행위로서 평가될 수 있는지를 보다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면서, 단순한 반환 거부만으로는 피해자의 업무 수행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형법 제314조 제1항이 정하는 업무방해죄는 사람의 업무를 위계나 위력으로써 방해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있는데, 여기서 위력이라 함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력 내지 이에 준하는 세력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위력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위, 즉 폭행이나 협박, 점거와 같이 피해자가 자유롭게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외부에서 물리적·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단에서 쉽게 인정되지만, 문제는 소극적 행위, 곧 반환 거부나 이행 지연과 같은 부작위가 과연 위력으로 평가될 수 있는지 여부이다. 대법원은 이미 2017도13211 판결에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로 범하는 경우에는 그 부작위가 실행행위로서의 작위와 동일시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는데, 이는 부작위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부족하며, 그 소극적 태도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실질적으로 제압하여 업무 수행을 본질적으로 마비시키는 정도에 이르러야만 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부작위가 위력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업무수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되는 결과가 발생하여야 하고,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방해 행위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그러한 판단을 위해서는 범행의 동기와 목적, 행위의 양태, 업무의 종류와 성격, 피해자의 지위, 그리고 피해자가 다른 수단이나 방법을 통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는지 여부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시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히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의 반환을 거부한 것에 불과하였고, 그러한 소극적 거절이 피해자의 회장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거나 업무수행 자체를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원심이 이를 곧바로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로 본 것은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결론이었다.
이 판결의 의미는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을 매우 엄격하게 제한한 데 있다. 형법은 사회질서를 보호하는 최후의 수단이므로 단순한 불편이나 내부적 갈등까지 형사처벌로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특히 관리단 인수인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감도장 반환 거부 문제는 민사상 인도청구나 관리규약에 따른 절차, 혹은 행정적 감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이를 곧바로 형법적 제재로 끌어들이는 것은 형벌권의 과잉 개입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형법적 개입의 범위를 신중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나아가 이번 판결은 업무방해죄의 ‘위력’ 개념을 객관화하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데, 단순히 행정절차를 지연시키거나 피해자에게 불편을 주는 정도로는 위력으로 평가되지 않으며,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제압하고 업무를 본질적으로 봉쇄하는 효과가 있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법원의 판단 준거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정보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소극적 거부가 사실상 치명적 방해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도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데, 예컨대 전임 관리자가 전산 시스템의 주요 비밀번호나 자료 접근 권한을 의도적으로 넘겨주지 않아 후임이 어떠한 업무도 집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는 단순한 반환 거부를 넘어 실질적인 업무 봉쇄 효과를 가진 부작위로서 위력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는 부작위의 정도와 그 효과를 세밀하게 구분하면서, 어느 범위까지 형사적 위력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정교한 법리의 발전이 요구된다.
결국 대법원 2024도7386 판결은 단순히 인감도장과 사업자등록증 반환을 거부한 행위를 업무방해죄의 위력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선언함으로써, 형법적 개입의 범위를 축소하고 민사적·행정적 해결수단의 우선성을 강조하였으며, 나아가 부작위가 형법상 실행행위와 동일시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업무수행을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효과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하였다. 이는 형법의 보충성 원칙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향후 부작위에 의한 업무방해 사건에서 판단 기준을 제시한 판례로서, 형사법이 관리단 내부의 갈등이나 단순한 행정적 불편까지 포섭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